[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다시 실전이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클린스만호가 무대에 오른다.
대한민국은 8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각) 웨일스의 카디프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상 처음으로 웨일스와 A매치를 치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축구와 만난 지 7개월이 다 돼 간다. '장밋빛 청사진'은 시들해졌다. 기대는 우려로 퇴색했다. 벼랑 끝 승부의 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다.
'국내 상주'의 약속은 잉크도 마르기 전 지워졌다. '황태자'라는 단어도 사라졌다. 유럽파는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인재풀'은 유명무실하다. 29세의 이순민(광주)을 깜짝 발탁하긴 했지만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클린스만 감독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좀처럼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첫 승이 없다. 국내에서 치른 4차례 친선경기 전적은 2무2패다. 역대 외국인 사령탑 가운데 4경기까지 승리하지 못한 감독은 클린스만이 유일하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탓일까. 클린스만 감독은 6일 카디프 인터내셔널 스포츠 캠퍼스에 열린 훈련에선 예전과 달리 직접 뛰어다녔다. 미니 게임에선 그라운드 한복판에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전술 지시를 했다. 코치들은 보조 역할만 할 뿐이었다.
A대표팀 관계자는 "미니 게임을 하는 그라운드 안에 감독님이 들어가는 것은 흔치 않다. 보통은 그라운드 밖에서 보면서 체크하고 지시 사항을 코치들에게 전달한다. 클린스만 감독님의 열정이 보인다"고 말했다.
웨일스(35위)는 대한민국(28위)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낮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아스널에서 무려 11시즌을 보낸 주장 아론 램지(카디프시티)를 비롯해 브레넌 존슨, 벤 데이비스(이상 토트넘) 등이 포진해 있다. 웨일스는 지난 6월 유로2024 예선 D조에서 2연패를 당했다. 이대로면 본선 진출에 실패할 수 있다. 한국과의 친선경기 후에는 라트비아 원정길에 올라 반전이 절실하다.
클린스만 감독과 달리 유럽을 누비는 대한민국 주축 선수들은 쾌조의 흐름이다. '캡틴' 손흥민은 신분이 또 달라졌다. 이제 토트넘의 주장 완장까지 찼다. 클린스만호에 합류하기 직전 번리전서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절정의 감각을 자랑하고 있다. 수비라인에는 바이에른 뮌헨에 둥지를 튼 김민재가 '빅클럽'의 위용을 뽐낼 채비를 마쳤다.
중원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부상으로 제외됐지만 그 외에는 정상 컨디션을 찾았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인 황희찬(울버햄턴)은 헤더골로 회복을 알렸고, 조규성(미트윌란)도 풀타임 소화하며 예열을 마쳤다. 이재성(마인츠)은 흔들림이 없고, 황인범(즈베즈다)은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이강인의 빈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 홍현석(헨트)도 멀티골로 기대치를 끌어올렸다.
황인범은 "많은 분들이 프리시즌을 못한 부분에 대해 조금 걱정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 프리시즌은 다 참여를 하고 있었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늘 그래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활약을 보여드리고 싶다. 결과를 가지고 와야 되는 것을 모든 선수들이 인지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클린스만호는 적진에서 과연 첫 승을 실현할 수 있을까. 현재의 기류를 바꾸는 것은 결국 클린스만 감독의 몫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