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캡틴은 '와일드카드' 백승호(전북 현대)였다.
대한축구협회(KFA)는 6일 "미드필더 백승호를 주장, 수비수 이재익(서울 이랜드)를 부주장으로 각각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백승호는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끈 손흥민(토트넘)에 이어 또 한번의 와일드카드 주장이 됐다. 2014년 인천 대회에서는 장현수가 주장 완장을 찼다. 황선홍 감독은 와일드카드 중 주장을 결정하기로 일찌감치 마음을 결정을 내렸고, 백승호로 낙점했다. 국제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다른 와일드카드 박진섭(전북 현대) 설영우(울산 현대)와 비교해, 백승호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도 출전했고, A매치 15경기(3골)를 소화하는 등 비교적 경험이 풍부하다.
백승호는 또래에서 천재로 불린, 최고의 유망주였다. 이승우(수원FC)와 함께 바르셀로나 듀오로 불리며, 연령별 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U-20 월드컵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3세 레벨과는 유독 인연이 닿지 않았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모두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로나, 다름슈타트를 거쳐 전북으로 이적한 백승호는 꾸준한 출전을 통해 기량을 회복하며 A대표팀에 승선, 월드컵까지 출전했고, 마침내 와일드카드를 통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백승호는 "자카르타 대회 때 매우 아쉬워서 그런 것에도 동기부여가 더 생긴다"며 "잘 준비해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금메달을 획득하면 주어질 병역 혜택에 대해선 "동기부여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밝힌 백승호는 "그것만 생각하기보다는 나라를 대표해서 가는 거니까 좋은 모습을 보이자는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에게서는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전술적으로 어떻게 움직이고, 수비나 공격을 어떻게 할지, 어떤 위치가 좋은지 등에 대해 말씀을 들었다"면서 "저도 많이 생각하고 (6월) 중국과의 경기 등을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함께 와일드카드로 나선 선수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백승호는 "진섭이 형과 영우는 물론, 지금 아시안게임 대표 중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있어서 서로 도와주며 잘 준비하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특히 소속팀 동료인 박진섭에 대해선 "누구보다 (금메달이) 간절할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잘 준비하는 것 같아서 믿음직스럽고 의지하고 있다"며 신임을 보였다.
부주장은 이재익이다. 이재익은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거친 수비수다. 지난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당시 스리백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바 있다. 지난해 7월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을 통해 A대표 데뷔전도 치렀다. 이랜드에서 다소 부침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재능만큼은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정교한 빌드업이 장점이다.
황선홍호에서는 사실 많은 부름을 받지 못했다. 지난 6월 중국에서 열린 원정 평가전 2연전에 처음 승선해 두 차례 경기에 나서, 황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 감독은 이재익을 주장단 멤버 중 하나로 점찍었다. 이재익은 U-20 월드컵 당시 주장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리더십으로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표팀에 누구보다 U-20 월드컵 멤버가 많은만큼, 이재익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주장단까지 선임을 완료한 아시안게임의 마지막 고민은 역시 이강인(PSG)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9월 A매치 기간을 맞아 4일 창원에서 소집됐다.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처음이다. 당초 완전체를 희망했지만, 일부 선수들의 A매치 차출과 부상 등으로 22명의 엔트리 중 17명만이 훈련하고 있다. 20세 이하(U-20) 대표 출신 선수 등 7명의 훈련 파트너가 가세해 힘을 보태고 있다.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황선홍호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상황임에 분명하다. 5일 취재진 앞에 선 황 감독은 "A대표 선수와 (이)강인이가 언제 합류할지가 변수가 될 것 같다"고 했다. PSG 이적 후 프리시즌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이강인은 이후 리그1 1, 2라운드에 모두 선발로 나서며 연착륙 하는 듯 했지만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이강인의 부상으로 한국축구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유럽에서 열리는 9월 A매치 2연전(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소속팀 경기 결장이 이어지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일단 몸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황 감독은 "(PSG에서) 공식적으로 메일이 오기로는 이강인의 회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한다"며 "13일에 그쪽에서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 관련해) 답을 주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수 본인과 연락했을 땐 이번 주부터 볼을 갖고 훈련한다고 한다"면서 "소속팀에서는 다음 주 주말 경기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속팀에서 한 경기를 소화한 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강인이 말로는 (PSG에선)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빠른 합류를 원하는 만큼 강인이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예정대로 13일께 PSG에서 이강인의 상태에 대해 공유해오고, 몸 상태가 괜찮은 걸로 판단된다면 곧장 합류했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황 감독은 "강인이와 같이 한 지 1년이 넘었다. 훌륭한 선수지만, 팀원들과의 조합이나 포지셔닝에 대한 적응도 필요하기에 마음이 급하다"고 말했다. 여러 상황에 대해 염두에 두고 있는 모습이지만, 빠른 합류에 대한 속내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대회 전 합류하면 좋겠지만, 여러 상황으로는 최소한 첫 경기가 임박해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빨리 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강인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맡을 포지션 등에 대해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황 감독은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기에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이강인과 교감은 했으나 말로만 하는 것과 훈련장에서 하는 것엔 차이가 있을 테니 전체적인 조합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2일까지 창원에서 훈련한 뒤 13일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로 옮겨 담금질하고, 16일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황선홍호는 조별리그 E조에 속해 19일 쿠웨이트, 21일 태국, 24일 바레인을 차례로 상대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국가대표팀 최종명단
▶골키퍼=이광연(강원FC) 민성준(인천 유나이티드) 김정훈(전북 현대)
▶수비수=박진섭(전북 현대) 설영우(울산 현대·이상 와일드카드)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독일) 이재익(서울 이랜드) 이한범(FC서울) 김태현(베갈타 센다이) 황재원(대구FC) 최준(부산 아이파크)
▶미드필더=백승호(와일드카드) 송민규(이상 전북 현대) 정호연(광주FC) 홍현석(KAA헨트·벨기에) 고영준(포항 스틸러스) 이강인(파리생제르맹·프랑스) 엄원상(울산 현대)
▶공격수=박재용(FC안양) 안재준(부천FC) 조영욱(김천 상무) 정우영(슈투트가르트·독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