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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타점 김하성' 삼진 잡고 WS 우승 포효, 164㎞ 강속구 투수는 왜 그렇게 좋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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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7-9로 추격 중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9회말 마지막 찬스를 잡았다.

주자를 1,3루에 두고 1번타자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앞서 두 차례나 적시타를 터뜨린 김하성의 방망이에 펫코파크를 가득 메운 3만9719명의 홈 팬들의 눈과 귀가 쏠렸다. 상대 필라델피아 투수는 당대 최고의 강속구 불펜 우완 호세 알바라도(28).

그는 전날까지 32경기에서 10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기도 했다.

첫 두 타자를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한 알바라도는 두 타자를 잡은 뒤 김하성과 마주한 것이다. 김하성은 초구 99.2마일 한가운데 싱커를 지켜본 뒤 2~4구를 연속 볼로 골라냈다. 이어 5구째 바깥쪽 98.3마일 싱커를 파울로 걷어내 풀카운트. 김하성은 6구째가 바깥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이 날아들자 김하성이 힘차게 방망이를 돌렸다. 그러나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알바라도의 결정구는 싱커가 아니라 91마일 커터였다.

경기는 7대9로 샌디에이고의 2점차 패로 종료됐다.

알바라도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도 확정된 듯 주먹을 불끈 쥐고 과격한 모션으로 몇 차례나 포효했다. 파이팅 넘치는 다혈질 성격의 알바라도는 평소 승패에 따라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투수로 유명하다. 특히 이날은 승리의 기쁨을 더 과감하게 드러냈다. 왜 그랬을까.

이날 김하성이 6타석에서 맞은 공은 총 33개였다. 32개까지 그는 한 번도 헛스윙을 하지 않았다. 절정의 선구안과 유인구를 골라내는 능력에 감탄이 쏟아질 정도였다.

앞선 4회와 6회 적시타를 연속 터뜨릴 때 김하성의 뛰어난 컨택트 히팅이 빛을 발했다.

2-8로 뒤진 4회 2사 2,3루서 세 번째 타석에서 김하성은 볼카운트 2B2S에서 상대 선발 타이후안 워커의 5구째 92.0마일 바깥쪽 싱커를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터뜨려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으로 날아드는 날카로운 싱커를 정확히 받아쳐 타구속도 94.9마일의 속도로 날아가는 안타를 날린 것이다.

이어 4-9로 뒤진 6회 1사 1,3루 찬스에서도 정확한 컨택트 히팅으로 안타를 치며 타점을 올렸다. 투 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우완 앤드류 벨라티의 4구째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존으로 흘러나가는 85.7마일 슬라이더를 허리가 살짝 빠진 상태로 맞혀 유격수 오른쪽을 지나 중견수로 흐르는 안타로 3루주자를 불러들였다.

이를 불펜에서 지켜봤을 알바라도는 샌디에이고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김하성을 잔뜩 경계했을 터. 더구나 김하성을 살려 내보낼 경우 후속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후안 소토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한 건 더 없이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전날까지 타석당 투구수가 4.31개로 전체 타자 중 5위, 헛스윙 비율(whiff rate)은 17.3%, 볼에 배트가 나가는 비율(chase rate)은 19.5%로 대상 타자 264명 중 각각 27위, 19위였다. 컨택트 히팅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알바라도는 올시즌 싱커와 커터, 두 구종을 구사한다. 싱커 구속은 최고 101.6마일(164㎞), 평균 98.8마일을 찍고 있다. 작년에는 평균 99.6마일을 나타냈다. 커터 평균 구속도 93.2마일에 이른다. 제구가 되는 날 그의 공을 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날까지 그의 피안타율은 0.200이다. 탬파베이 레이스 시절인 2018년(0.183) 이후 가장 좋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