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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고깔 쓴 코치, 루틴 지키는 구세주가 고마우면서도 부러운 이유 [부산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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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113구 10K로 팀의 7연패를 끊은 외국인 투수. 다음 날 빗속에서 정해진 루틴을 어김없이 소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흐뭇해 한 투수코치. 게다가 자신은 가지지 못한 '그것'이 부러웠는데…



주말 열릴 예정이던 두산-롯데전이 이틀 연속 우천으로 취소됐다. 1일에는 그라운드 곳곳이 빗물에 잠겨 아예 경기할 엄두도 못 냈다. 2일에는 오후 들어 잠깐 비가 그치며 팬들을 사직구장으로 향하게 했다. 하지만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경기 감독관은 이날 경기를 월요일로 순연시켰다.

한편, 롯데는 8월 31일 한화전에서 승리하며 7연패에서 탈출했다.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의 공이 컸다. 윌커슨은 6회까지 113구를 던지며 10탈삼진 5피안타 1사구 2실점(무자책)의 역투로 팀의 5대2 승리를 견인했다.



자칫 무리가 갈 수도 있는 113구의 공을 던진 윌커슨이 다음 날인 1일 회복 훈련을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정해진 루틴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김현욱 투수코치도 함께 나와 윌커슨의 캐치볼을 지켜봤다.



김 코치는 "윌커슨은 자신만의 루틴이 분명한 선수다. 어제 그렇게 많이 던졌는데도, 어김없이 정해진 훈련을 소화한다"며 대견스러워했다.



윌커슨은 약 30개의 캐치볼을 소화한 후 자신의 공을 받아 준 스태프를 향해 정확한 발음으로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상태가 어떤지를 묻는 김 코치를 향해서도 "오케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훈련이 끝난 후 윌커슨이 모자를 벗자, 풍성한 긴 머리가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멋있게 찰랑거렸다. 김 코치는 윌커슨의 머릿결을 만져 보며 부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970년생 53세 김현욱 코치와 1989년생 34세 윌커슨의 나이 차가 빚어낸 청춘 예찬이다.(영상 참조)

스트레일리를 대체한 윌커슨은 7월 26일 데뷔한 후 7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 중이다. 7경기 중 퀄리티 스타트도 5번을 기록했다. 덕분에 윌커슨이 등판한 경기에서 롯데는 5승을 거뒀다.



후반기 반등에 성공한 좌승사자 반즈와 함께 윌커슨이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마운드. 롯데가 5강 희망을 아직 버릴 수 없는 이유다. 롯데는 두 외국인 투수를 4일 휴식 로테이션으로 이미 돌렸다.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며 믿음을 주고 있는 윌커슨이 남은 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