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가 상대 수비의 허점을 파고들어 9회초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삼성은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시즌 12차전에서 5대3 역전승으로 연승을 달리며 기분 좋은 한주를 시작했다.
삼성은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이 7이닝 동안 116구 역투로 5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7회 실책과 폭투 2개, 보크가 겹치며 2실점 역전을 허용했지만 9회말 상대 수비 실책 2개를 파고들어 4득점 하며 역전승을 완성했다.
▶뷰캐넌 맞춤 하위 타선 들고 나온 한화, '야잘잘' 류지혁 빠진 삼성
한화 이글스는 삼성 선발 뷰캐넌 맞춤형 타선을 들고 나왔다. 뷰캐넌 상대로 강점을 보이는 타자들을 하위타선에 집중 배치했다.
문현빈(2루수) 닉 윌리엄스(우익수) 노시환(3루수) 채은성(지명타자) 김인환(1루수) 최재훈(포수) 오선진(유격수) 최인호(좌익수) 장진혁(중견수) 라인업.
5번부터 9번까지 하위타선. 뷰캐넌 천적들이다.
김인환은 통산 12타수5안타, 올시즌 8타수4안타다. 최재훈은 32타수13안타, 올시즌 2타수2안타다. 삼성 시절 옛 동료 오선진은 14타수7안타로 5할이다. 장진혁은 11타수5안타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연승 중이었다면 타선을 그대로 뒀을텐데 분위기 전환 차원도 있고, 뷰캐넌에 강하지 않은 이도윤 이진영 선수가 마침 쉬어줘야 할 타이밍"이라고 타선 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뷰캐넌에 강한 하위타자들의 활약이 오늘 승부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만능 내야수 류지혁이 체력 관리 차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최근 상승 모드로 전환한 피렐라 오재일이 5,6번에 상향 배치됐다.
김현준(중견수)-김성윤(우익수)-구자욱(지명타자)-강민호(포수)-호세 피렐라(좌익수)-오재일(1루수)-강한울(3루수)-이재현(유격수)-김지찬(2루수) 라인업. 이태양에게 통산 홈런 3개를 날린 오재일과 류지혁 대신 출전하는 강한울의 활약 여부가 관건이었다.
▶이태양을 흔들어라...발 야구로 만든 선취점
선발 전환한 한화 이태양은 지난 16일 NC전에서 5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첫 선발승을 거뒀다.
후반기 두번째 선발 등판인 이날도 이태양은 안정적이었다. 1회 삼자범퇴. 2회 무사 1,3루 위기를 절묘한 코너워크와 완급조절로 삼진-내야뜬공-내야땅볼로 실점 없이 막아냈다.
0-0이던 3회초.
삼성이 자랑하는 발야구 트리오 김지찬 김현준 김성윤 타석.
선두 김지찬이 이태양이 유지하던 안정적 밸런스를 흔들었다.
1루땅볼을 치고 전력질주를 했다. 토스를 받은 이태양도 전력질주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간발의 차로 아웃.
이태양의 숨이 가빠졌다. 다음타자 김현준에 초구 몸에 맞는 공. 김성윤이 초구에 기습번트를 댔다. 파울이 됐지만 이태양이 또 한번 놀라 뛰어 나왔다. 2구째 포크볼이 가운데로 몰렸고 탸격감 좋은 김성윤이 놓치지 않았다. 우익수 키를 넘어 펜스 직격 선제 적시 3루타. 발야구 트리오가 이태양을 흔들어 만들어낸 선취점이었다.
하지만 삼성 타선은 달아나지 못했다.
2회 무사 1,3루 황금찬스를 무산시킨 삼성은 1-0으로 앞선 3회 1사 3루에서도 중심타선이 추가점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6회 선두 김성윤이 내야안타 후 두번의 리터치로 3루까지 갔지만 후속 타자들이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위기의 불길한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7회 116구 투혼, 야속했던 타선지원...실책→폭투→폭투→보크로 역전 허용
박진만 감독은 경기 전 이날 선발 뷰캐넌에 대해 "목 담증세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던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오늘 경기를 보고 일요일 경기(27일 대구 키움전) 선발 여부를 결정하겠다. 이번 주 비 소식도 있고…"라고 말했다.
뷰캐넌은 이달 들어 탈이 많다.
지난 4일 대구 LG전 손경련에도 7회를 끝까지 책임지는 투혼을 보였다. 전 동료 박해민으로부터 경례를 받았다. 11일 문학 SSG에는 초반 투구수가 많아 무려 127구를 던지며 기어이 6회를 마쳤다.
결국 탈이 나는 듯 했다.
4일 휴식 후 등판한 16일 대구 LG전에 2회를 마친 뒤 목 통증을 호소했다.
3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어떻게든 던지려 했지만 권오준 투수코치가 끌어내렸다.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벤치에 돌아와서도 자신에게 화를 내는 모습이 포착됐다. 결국 팀도 3대6으로 패해 더 우울해졌다.
다행히 어깨나 팔 문제는 아니었다.
"2회 문보경의 좌익선상 파울타구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다 삐끗했다는 얘기를 하더라"는 증언.
다행히 담 증세는 빠르게 호전이 돼 이날 등판할 수 있었다.
의문 부호 속에 등판한 이날 경기. 우려는 기우였다.
뷰캐넌은 6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한화 타선을 봉쇄했다.
95구로 6이닝 마쳤지만 1-0으로 앞선 7회에도 또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대타 이도윤에게 안타를 맞으며 위기가 시작됐다.
최인호 번트타구를 뷰캐넌이 2루에 악송구 하며 무사 1,2루. 뷰캐넌이 흔들렸다. 폭투와 사구로 무사 만루에서 대타 이진영을 삼진 처리하는 순간 바운드 된 공이 뒤로 흐르며 허무하게 1-1 동점. 이어진 1사 2,3루에서 윌리엄스를 땅볼 처리하며 2사를 잡았지만 노시환 타석에 보크로 1-2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데뷔 첫 보크였다. ▶신의 한수였던 이도윤 교체 투입...역전하고 재역전 막고… 하지만
한화는 0-1로 뒤진 7회 승부수를 띄웠다.
선두 오선진 타석에 이도윤을 대타로 투입했다. 벤치 기대에 선두타자 안타로 부응했다.
무사 1,2루에서 9번 장진혁 타석 초구에 볼이 살짝 빠지자 바로 스타트를 걸어 3루를 점령했다. 뷰캐넌을 흔든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무사 1,3루에 몰린 뷰캐넌은 이후 사구, 폭투, 보크로 2실점 하며 무너졌다. 이도윤의 안타와 센스 넘치는 주루플레이가 결정적이었다.
이도윤은 2-1 역전에 성공한 8회초 김자찬의 기습 번트 때 빠르게 1루 커버에 들어가 비디오판독 끝에 발 빠른 타자주자를 잡아냈다. 이어 김현준의 투수굴절 땅볼 타구를 러닝스로우로 빠르게 송구해 발빠른 김현준을 역시 비디오판독 끝에 잡아냈다. 결정적인 두차례의 수비 공헌이었다.
이도윤은 2-5로 패색이 짙은 9회말 선두타자로 나가 오승환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이자 통산 2호 솔로홈런을 날리며 내일을 향한 희망을 남겼다. ▶승리 직전 실책 2개로 흔들린 한화 수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삼성은 1-2로 뒤진 9회초 구자욱이 선두타자 안타로 마지막 희망을 살렸다.
강민호와 피렐라의 3루 땅볼로 2사 2루. 오재일 타석에 류지혁을 투입했다. 유격수 땅볼. 경기가 끝나는 듯 했지만 교체 투입된 하주석의 포구미스로 2사 1,3루 위기가 이어졌다. 대타 김동엽의 타구가 글러브 맞고 굴절되는 내야안타로 2-2 동점. 투수 박상원이 굴절된 타구 대신 1루 커버를 들어갔으면 아웃시킬 수도 있었다.
2사 1,2루에서 이재현이 박상원의 바깥쪽 직구를 우익수 오른쪽에 떨어뜨렸다. 우익수 윌리엄스가 중계플레이어 2루수 키를 넘기는 송구 미스로 1루주자까지 홈을 밟았다. 순식간에 4-2 역전. 이어진 2사 2루에서 김지찬의 쐐기 적시타가 터졌다.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삼성은 9회말 오승환을 투입해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은 선두 이도윤에게 솔로포를 허용했지만 리드를 지키고 시즌 21세이브째를 달성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