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4-2로 리드하던 한화 이글스는 8,9회 잇따라 실점하면서 동점을 허용했다. 이틀 만에 승부는 또 연장으로 넘어갔고, 따라붙은 KIA쪽으로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 날 경기를 내주면 3연전 스윕패. 연장 10회말 이태양이 등판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봉쇄하며 팀 패배를 막았다. 10,11회 두 이닝을 연속으로 삼자범퇴 처리했다. 연장 12회말 2사 1,2루 끝내기 위기에서 상대 7번 이우성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7월 2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 선발 한승혁이 3회 2사까지 던지면서 3실점하고 마운드를 넘겼다. 2사 1,2루에서 등판한 이태양은 상대 7번 주성원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끝냈다. 5회까지 2⅓이닝 무안타 무실점. 3-6으로 끌려가던 8회초, 한화 타선이 거짓말같은 대역전극을 펼쳤다. 1시간 넘게 타자 이순하며 맹공을 펼쳐 10점을 뽑았다. 경기 초반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에서 버틴 이태양이 16대6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프로 14년차 우완 이태양(33)은 올 시즌 전천후로 던진다. 팀이 리드하거나 동점 상황일 때는 물론, 근소하게 뒤지고 있는 상황,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진 비상 상황에도 마운드에 오른다. 폼 나는 보직이 아닌데도 늘 씩씩하게 나가 총격을 다해 던진다. 크게 주목받을 일이 없는 역할이다.
4월 1일 히어로즈와 개막전. 선발투수 버치 스미스가 3회말 2사후 갑자기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강판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갑자기 마운드에 오른 이태양은 차분하게 경기를 끌어갔다. 4회까지 1⅓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 경기가 한화 소속으로 3년 만의 복귀전이었다.
한화에서 데뷔한 이태양은 2020년 6월 SK 와이번스로 트레이드됐다. 새 팀에서 잘 자리를 잡아, 2022년 SSG 랜더스 우승에 공헌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이태양은 지난 11월 한화와 4년 총액 25억원에 계약했다.
팀 재건을 위해선 이태양같은 베테랑이 필요했다.
복귀 첫해 이태양은 한화 불펜의 '만능키'다. 최원호 감독은 전천후로 등판중인 이태양 이야기가 나오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38경기에 나가 54이닝을 책임졌다. 1승2홀드, 45탈삼진, 평균자책점 2.17, WHIP(이닝당 출루율) 1.07. 투구이닝이 선발투수 펠릭스 페냐(117이닝), 문동주(98⅓이닝), 리카르도 산체스(69⅔이닝), 장민재(57이닝)에 이어 5위다. 불펜투수 중에선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태양 없는 한화 불펜, 빈 종이나 마찬가지다.
이태양은 지난 해 11월 23일 FA 계약 직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에서 "신인선수로 입단해 땀을 흘린 한화에서 야구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SSG에서 우승해보니 너무 좋았다. 한화 선후배들과 또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화 불펜엔 이태양이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