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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영의 성장 솔루션] 성장호르몬 치료, 아이의 충분한 동의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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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호르몬 주사는 최소 2~3년간 매일 맞아야 효과가 있다.

말이 쉽지 어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년씩 매일 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성장호르몬 주사는 살짝 따끔할 정도라고는 말하지만 통증은 주관적인 것이니 모든 아이들에게 아프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실제로 주사를 맞을 때마다 아파하거나 주사 맞은 부위가 벌겋게 부어올라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주사자국도 선명하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복부, 팔 바깥쪽, 허벅지 앞쪽, 엉덩이 등 비교적 피하지방이 많은 부위를 돌아가며 주사하는데, 그럼에도 몇 년을 매일 주사를 맞다 보니 주사자국이 꽤 많이 남는다. 심한 경우 주사 맞은 부위가 흉터처럼 보기 싫게 착색이 되기도 한다.

단지 주사 자국만 남는 것이라면 그나마 걱정이 덜할 수도 있다. 아마 어른들도 몇 년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사를 맞는다는 것은 고역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무런 문제 없이 의연하게 감당할 수 있을까?

지인 중 주사 맞기를 지독하게 싫어하는 의사가 있다. 어찌나 싫어하는지 의사인데도 꼭 맞아야 하는 백신도 안 맞으려고 피하다 마지못해 맞았다.

이유가 있었다. 어렸을 때 결핵이란 오진으로 약 6개월 동안 매일 주사를 맞아야 했는데, 주사를 맞을 때마다 겁이 나고 아프기도 해서 자지러지게 울었던 모양이다. 그때의 기억이 트라우마처럼 남아 어른이 된 지금도 주사라면 진저리를 친다.

그 지인 의사는 성장호르몬 주사를 2~3년 동안 매일 맞다 보면 당신처럼 아이들도 주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지 않느냐며 걱정한다.

물론 주사 맞는 걸 무서워하거나 통증과 부작용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씩씩하게 잘 맞는 아이들도 많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충분한 동의다. 성장호르몬 치료가 무엇이고, 치료를 한 후에는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를 잘 설명해 아이가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어려도 부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감당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아이가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다면 될 때까지 치료를 미룬다. 아이가 스스로 받아들일 시간을 줘야 육체적,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은 힘이 들 수 있어도 치료를 마친 후의 아이들의 만족감은 높은 편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은 아이들의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많은 부모들이 '성장호르몬 치료가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답했다. 부모는 치료 후 아이의 안정감과 기분이 개선되었다고 느낀 것이다.

아이 유형별로 안정감과 기분이 개선된 정도는 차이가 있었다. 남자아이와 특별한 원인이 없는데도 키가 작은 특발성 저신장증 아이가 여자아이와 성장호르몬 결핍성 저신장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더 많이 개선되었다. 또한 전체 저신장 그룹에서 삶의 질이 가장 높아진 때는 치료 후 3개월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성장호르몬 치료가 결과적으로 아이의 정서에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걸음 더 앞서 성장호르몬 치료와 함께 심리 상담을 같이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심리 상담을 통해 편안한 마음을 갖고 치료를 받으면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도움말=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박혜영 원장(내분비내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