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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호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신임사무처장"한순간 아닌 '지속가능'한 장애인체육 큰틀 만들것"[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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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상생, 지속가능한 서울 장애인체육 정책의 큰 틀을 만들고 싶다."

7월 중순,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 내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에서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장호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신임 사무처장(58)을 만났다. 이 처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시 장애인체육 수장으로 선임돼 26일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20년 가까이 스포츠 친화 변호사로 일하며 장애-비장애인체육회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은 내공이 남달랐다. 당장 눈앞의 성과나 단기 목표가 아닌 지속가능한 '큰 틀'을 강조했다. 서울 장애인체육의 중장기 목표, 지속가능한 정책을 이야기했다.

▶"장애인체육 통한 약자와의 동행"

취임 첫해 가장 역점을 둘 정책 키워드는 '상생과 동행'. 이 처장은 "체육행정과 체육활동의 지원 토대를 구축하는 큰 틀"을 강조하면서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조화로운 기반을 구축하고 양축을 어떻게 함께 잘 살려갈지에 대한 정책"을 1순위에 뒀다.

이 처장이 선임 전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스포츠미래포럼'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후보 시절 체육 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스포츠미래포럼 회장'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서울시체육회장에 당선되고, 사무총장이 서울시장애인체육회장에 선임되면서 '당연직 장애인체육회장' 오 시장의 복심인 이 처장은 장애-비장애인 체육의 '동행'을 현실화할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대한장애인체육회,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이사, 종목단체 스포츠공정위원장으로 두루 활동한, 드문 이력의 이 처장 역시 기대감을 잘 알고 있었다. "'동행·매력 특별시,서울'이라는 슬로건에서 '동행'은 앞에 '약자와의'라는 말이 생략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님은 '약자'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을 통칭하는 거라고 하셨다. 어린이, 어르신, 장애인 모두 포함된다. 장애인체육을 통해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하기 위해 일조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시장애인체육회만의 차별화된 대표 사업으로는 '민간기업 장애인선수단 창단 지원사업'을 언급했다. "7월 현재 총 42개 공공-민간기업에서 82개팀 318명의 선수들이 채용돼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체육회가 장애인선수들의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안정적인 일자리 연계까지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10월 28일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서울시교육청과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제2회 서울림운동회'에 대한 기대도 감추지 않았다. "'서울+어울림'이라는 뜻을 담은 서울림운동회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어울려서 한팀이 되는 운동회다. 일회성 대회가 아니라 각 학교에서 장애-비장애학생들이 8회 이상 함께 연습하고 출전한다는 점이 정말 좋다. 같이 달리다 보면 우정이 생기고, 그동안 얼어붙은 마음이 녹을 것같다"고 했다. 이 처장은 "'서울림'을 통해 참여학생뿐 아니라 학교 전체에 어울림 문화가 퍼져나가길" 기대했다. 그는 또 "교육부, 교육청도 장애학생 체육활동에 더 큰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면서 "장애, 비장애 학생 모두, 학교에서 아이들 누구나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야 한다. 학생 때 운동해야 커서도 운동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평생 운동습관이 몸에 배게 하는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체육-전문체육의 상생을 위해

2022년 12월 기준 장애인생활체육 참여율은 26.6%(서울시 23.2%)로 전년 대비 6.4% 늘었지만, 비장애인(61.2%), 선진국(미국 44%, 호주 52%)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서울시 장애인 생활체육 활성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이 처장은 '풀뿌리' 자치구장애인체육회와 가맹경기단체의 자생력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25개구중 21개구 체육회가 만들어졌지만 대부분 1억원도 안되는 예산이다. 인력과 인프라가 대단히 열악하다"고 짚었다. "생활체육 사업을 활성화하고, 전문선수를 발굴, 육성하기 위해선 자치구, 종목단체의 밀착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장애인체육지도자를 각 구에 배치해 접근성을 강화하고 있는데 정착했다고 보기 어렵다.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 당연직 구 체육회장인 구청장님들이 집중적으로 지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스포츠기본법 등 관련법에 정통한 이 처장은 '모두의 스포츠'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예산과 시설"이라고 봤다. "우리도 비장애인체육회에 준하는 예산과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5%(265만명)다. 가족을 포함하면 그 두세 배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다. 서울 시내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7개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많은 이들이 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설이 중요하다. 시설이 갖춰지면 사람이 모이고 프로그램이 생긴다. 동호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시장님 보고 때도 말씀드렸다. 서울 장애인들을 위한 스포츠 전용공간, 장애인 체육회관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밝혔다. "우리 체육회의 미션대로 '장애인이 행복한 스포츠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전날 이 처장은 서울 소속 직장운동경기부(8개팀 40명) 선수들의 훈련 현장을 살피고 격려했다. 서울은 올해 2월 장애인동계체전에서 2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하계체전에선 안방서 열린 제39회 서울 대회 우승 이후 경기도를 꺾지 못했다. 이 사무처장은 "전문체육은 성적이 중요하다. 목표의식이 없으면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단 경기도와 최대한 차이를 좁히는 게 목표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비, 대회 참가비를 적극 지원해 선수들이 체감할 수 있는 환경 변화를 통해 서울시 선수라는 자긍심을 갖고 체육활동을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임기 내 중기 목표로 하계체전 종합우승을 잡고 있다"며 필승 의지를 표했다.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눈여겨볼 서울시 선수로는 특정선수가 아닌 '팀'을 언급했다. "여자골볼팀이 28년 만에 파리패럴림픽 출전권을 땄다. 10월 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자신감이 더 올라갈 것이다.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에 진심인 법조인 "직접 몸으로 부딪쳐봐야"

법조인 출신 이 처장은 스포츠에 진심이다. "어려서부터 운동은 일상이었다. 운동의 가치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웠다"고 했다. "충북 홍성읍 홍북면 용봉산 자락에서 자랐는데 중,고등학교 6년을 개근했다. 읍내 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매일 1시간30분을 통학했다"며 웃었다. '아테네 영웅'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의 선수 시절 변호사로 이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던 이 처장은 탁구 마니아이기도 하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건강 관리를 위해 탁구를 시작했고, 관악구 탁구협회장을 하면서 생활탁구 대회도 나갔었다"고 했다. 자전거, 수영, 탁구, 태권도, 합기도, 축구, 배구, 테니스, 바둑, 당구, 볼링, 골프까지 배워본 종목만 10개가 넘는다. "꼭 해서 뭘 이루겠다기보다 공기처럼 일상적으로 스포츠를 즐겨왔다"고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고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스포츠는 일단 몸으로 부딪치고 도전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시종일관 스포츠의 '큰 틀'을 강조했다. "서울 장애인체육의 틀을 잡는 일을 반드시 하고 싶다. 자치구, 종목단체를 튼실하게 만들어 지속가능한 장애인 체육 행정의 기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오 시장님 역시 일회성 포퓰리즘이 아닌 지속가능한 복지를 강조하신다. 장애인 체육 행정도 그 틀을 공유하고 간다. '지속가능'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기를 마칠 때 어떤 말을 듣고 싶냐는 질문에 이 처장은 "'그냥 괜찮았어' 정도면 족할 것같다"고 했다. "체육 행정은 한 순간에 끝날 일이 아니다. 한참 시간이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 전문체육, 생활체육, 학교체육이 상생의 틀을 갖추고, 고르게 활성화되면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이룬다면 만족하지 않을까"라며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