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자다 깨다 했습니다."
27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경북고와의 결승전을 앞둔 1루측 물금고 덕아웃.
2015년 창단 첫 4강을 넘어 결승까지 진출시킨 물금고 강승영 감독의 표정은 차분했다. 물금고가 있는 양산시가 들썩이고 있는 것과는, 대망의 결승전을 앞둔 상황과는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모습. 강 감독에게 청룡기 결승전은 감회어린 축제나 다름 없었다.
이날 물금고는 100명이 넘는 재학생이 버스를 대절해 상경 응원전을 펼쳤다. 동문과 지역 인사들도 대거 모였다. 그야말로 양산시의 축제이자 자랑이었다. 양산 지역 윤영석 국회의원과 나동연 양산시장이 야구장을 찾아 한국야구위원회(KBO) 허구연 총재와 중앙석에서 결승전을 관람했다. 나 시장은 허구연 총재와 함께 물금고 야구부 탄생을 이끈 주역이다. 야구장 인프라 등 다방면의 지원을 통해 2011년 양산 지역 원동중 야구부 창단과 2015년 물금고 창단을 이끌었다.
창단 첫 결승 진출 후 "여러분들로 부터 많은 성원과 격려를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강 감독은 "부담보다는 우리 같은 신생팀이 결승에 올라 다른 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부분이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생팀 물금고의 결승행은 여러가지 각별한 의미가 있다. 모든 사회 현상과 맞물려 고교 야구 역시 갈수록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지방 대도시 조차 어려운 환경인데 양산시란 지역 신생팀이 4대 전국대회 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21세기 최초의 일이다.
그만큼 지방에서 야구 스타의 꿈을 키우며 입문하는 꿈나무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강 감독도 "물금고에 와서 꿈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한 것이 늦었지만 결승 진출이란 결과로 나오니까 감독으로서 작은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최고 스타 이승엽 두산 감독을 배출한 전통의 야구 명문 경북고와의 결승전. 어쩌면 밑질 게 없는 경기다. 후회 없는 일전만이 남았다.
"경북고 감독님(이준호 감독)과는 원래 잘 아는 사이다. 어느 팀이 이기든 진심으로 축하해주기로 했다. 사실 경북은 언제든 (결승에) 올라올 수 있는 강팀이지만 여기서 만날지도 몰랐다. 이렇게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물금고의 종전 전국대회 최고 성적은 2020년 협회장기(현 이마트배) 8강 진출.
올해는 창단 첫 주말리그(전반기) 우승에 이어 청룡기 결승 진출까지 성공했다.
과거 군산상고 처럼 '역전의 명수'로 대회를 빛냈다. 마산고와의 16강전에서 3회까지 1-11로 뒤지던 경기를 14-12로 뒤집었다. 우승후보 충암고와의 8강전에서는 비로 다음날로 넘어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에이스 서보한이 출격, 11대9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상고와의 4강전에서는 2-3으로 뒤지던 7회 13명의 타자가 7득점 빅이닝을 연출하며 13대5 역전승으로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했다.
창단 첫 우승이란 대업을 달성하든, 준우승으로 상대팀에 축하의 박수를 보내든, 물금고는 가장 큰 화제성으로 이미 이번 대회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다양한 지역에서 관심과 지원 속에 제2의, 제3의 물금고 신화가 탄생할 때 한국 야구 풀뿌리가 튼튼해질 것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