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프로야구 1차지명 후보만 3명. 양적, 질적으로 최고의 투수진을 갖췄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에이스가 나섰다. 하지만 고교야구 원톱을 다투는 에이스도 수비의 도움 없인 승리할 수 없다.
제 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결승전은 패기만만한 신예와 청룡기 '근본' 명문고 간의 맞대결로 결정됐다.
앞서 준결승 첫 경기에선 창단 8년차 물금고가 경기상고를 꺾고 결승에 오르며 돌풍을 이어갔다. 그 상대는 막강 마운드의 장충고를 꺾은 경북고로 결정됐다.
경북고는 25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준결승에서 장충고에 8대7 역전승을 거뒀다. 청룡기 역대 최다 우승 2위(7회, 1위 경남고 9회)에 빛나는 경북고지만, '국민타자' 이승엽(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이끌던 1993년 이후 30년만의 청룡기 결승전 진출이다.
경기전 경북고의 승리를 점치는 여론은 크지 않았다. 경북고는 에이스 겸 4번타자인 전미르가 전날 강릉고와의 8강전에서 6⅓이닝 82구를 소화, 이날 등판할 수 없는 상황. 반면 장충고는 마운드가 두텁기로 유명한 팀이다. 전날 선발로 나섰던 김윤하는 등판할 수 없지만, 장현석(마산용마고)와 함께 올해 고교야구 원톱을 다투는 황준서를 비롯해 조동욱 육선엽 원종해 등 다른 투수진이 건재했다.
선취점은 경북고가 뽑았다. 장충고 선발은 원종해. 경북고는 1회초 리드오프 김세훈의 볼넷, 박관우의 안타로 찬스를 잡았다. 이어진 도루 때 포수의 송구 실책으로 김세훈이 홈을 밟았다.
하지만 장충고는 자신감이 넘쳤다. 몸에맞는볼로 무사 1,2루 위기가 이어지자 곧바로 에이스 황준서를 등판시켰다. 황준서는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3루에서 연속 삼진을 잡아내며 포효했다. 전날 장현석의 14K 역투를 눈앞에서 지켜본 열기가 느껴졌다.
경북고 역시 선발 김준원이 아웃카운트 1개만에 강판됐다. 볼넷과 몸에맞는볼로 맞이한 1사 1,2루에서 장충고 류현준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은 것. 경기는 장충고 황준서와 경북고 박경도의 진검승부로 진행됐다.
수비에서 흐름이 갈리는듯 했다. 경북고는 5회초 선두타자 박건우의 안타에 이어 장충고의 내야 실책으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희생번트로 만든 1사 2,3루에서 임종성의 우중간 2타점 3루타로 3-3 동점을 만들었고, 4번 지명타자로 나선 전미르가 역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 이승현의 좌중간 안타와 기민한 주루로 1사 2,3루 찬스를 이어갔다. 다음타자 김우혁의 1루 땅볼 때 홈송구가 뒤로 빠진 사이 결정적인 2점을 추가, 6-3까지 앞서갔다.
경북고는 5회말 류현준에게 다시 1타점 2루타를 허용하며 4-6으로 쫓겼지만, 6회초 임종성의 적시타로 1점을 달아났다. 6회말 유격수 실책으로 1점을 내준데 이어 2사 만루에 몰렸지만, 3번째 투수 김병준이 후속타를 끊어내며 위기를 넘겼다.
경북고는 9회말 장충고의 대타 조창연에게 동점 투런포를 허용하며 결정적 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김병준이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버텨냈고, 10회초 대타 김민규의 희생플라이로 귀중한 결승점을 뽑았다.
10회말에도 변함없이 김병준이 마운드를 지켰다. 김병준은 장충고의 첫 번트 때 과감한 3루 송구로 선행주자를 잡아냈다. 이어 대타 김윤하의 타구는 1루 뜬공. 3루수로 나선 전미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장충고 2루주자 권현이 태그업으로 3루로 내달려 2사 1,3루가 됐다. 하지만 김병준이 마지막 타자 김민찬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목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