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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가 유행인가' 고교 좌완 최대어는 왜 타자로 나왔을까[목동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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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오늘 투수 등판도 충분히 가능했던 컨디션입니다."

장충고 좌완 투수 황준서는 올해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졸 예정 선수 가운데 '좌완 최대어'로 꼽힌다. 호리호리한 체구지만 왼손 파이어볼러다. 그런데 황준서가 타자로 깜짝 등장했다. 장충고는 1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조선일보·스포츠조선·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공동 주최) 군상상일고와의 2회전에서 9대2,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5번-지명타자로 나선 황준서. 팀내 최고의 좌완 투수지만, 이날만큼은 선발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 투수는 김윤하였다. 중심 타자로 출전한 황준서는 첫번째 타석과 두번째 타석에서 연속 볼넷을 얻어냈고, 세번째 타석에서는 무사 주자 1루 찬스에서 투수 옆을 절묘하게 빠져나가는 2루수 앞 기습 번트 안타를 만드는 재치를 발휘했다. 투수 등판을 위해 잠시 팔을 풀기도 했던 황준서는 마지막까지 타자로 뛰었다. 6회 주자 만루 찬스에서는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타석에서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장충고 송민수 감독은 "오늘 몸이 아파서 경기에 뛰지 못하는 선수도 있고 타자가 필요해서 황준서를 지명타자로 내세웠다. 준서는 선발 할 때도 야수로 선발했기 때문에 타격에도 재능이 있다.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강한 신뢰를 보이며 "앞으로 상황이 되면 또 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준서가 경기 후반 투수 등판도 준비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위기 상황에서는 준서를 투수로도 내려고 했는데, 다행히 경기가 콜드게임으로 끝났다"며 웃었다.

경기 후 만난 황준서는 "오늘 최대한 동료들에게 피해를 안주고 열심히하려는 생각이었다. 점수가 나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 다음에 또 타자로 나가면 이번에는 타점 욕심을 내고싶다"며 밝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중학교때부터 타격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데 오늘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다음에는 더 잘해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오타니 쇼헤이처럼 '투타겸업'을 하고싶은 거냐는 질문에는 수줍은 미소만 보였다.

황준서는 기습 번트 안타 상황에 대해서는 "안전하게 번트로 주자를 2루에 보내려고 했는데 운 좋게 코스가 너무 좋았던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 "오늘 위기 상황이면 후반에 등판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저 말고도 잘 던지는 투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잘 마무리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또 "오늘 타자 뿐만 아니라 투수로 등판을 했어도 컨디션은 충분히 괜찮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충고는 바로 다음날인 20일 유신고와 16강전에서 맞붙는다. 황준서는 이 경기에서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황준서는 "오늘 좀 편하게 해서 내일은 부담없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팀 동료들과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다짐을 했다"며 청룡기에 임하는 포부를 밝혔다.

목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