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네버 에버 기브업!(Never Ever Give Up!)"
'대한민국 야구 레전드'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65)이 12일 서울 양천구 목동 신서중에서 열린 2023년 이만수배 발달장애인 티볼야구대회에서 발달장애 학생들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월요일 이른 아침, 서울의 한 중학교 운동장에 서울서진학교, 서울애화학교, 누리장애인자립생활, 영등포자립생활, 자혜직업재활센터, HCTC(호산나), 메타아카데미, 예은주간보호 등 8개 기관 발달장애인 티볼 선수들이 뭉쳤다. 차별 없는 교육 현장을 고민해온 손기서 신서중 교장이 기획부터 홍보, 섭외, 후원까지 발벗고 나선 국내 최초의 발달장애인 티볼대회다. 손 교장은 이 감독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헐크파운데이션, 한국발달장애인야구소프트볼협회(회장 이갑용)와 의기투합했다. '두 팔 벌려 세상 속으로, 우리 함께 더 아름답고 더 따뜻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요'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김 경, 우형찬, 강석주 채수지, 허 훈 서울시 의원, 오정훈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 김애경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원실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교육장 등이 동행의 뜻을 표했다.
초여름 작렬하는 태양 아래 열린 서울서진학교와 서울애화학교의 개막전, 아이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1회초 서진학교의 공격, 1번 타자 (이)종민이가 배팅 티 위에 올려진 공을 쳐낸 후 1루로 내달렸다. 친구들의 안타 세례 속에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첫 득점에 성공한 후 신나게 하이파이브를 날렸다. 1회초 2-0으로 앞선 서진학교는 1회말 2-6 역전을 허용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회초 주장 (조)성훈이의 홈런 활약 속에 6-6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응원단장이자 학생회장인 (박)지훈이가 "우리 에이스예요. 성훈이! 진짜 잘해요!"라며 엄지를 치켜세들었다. 2회말 애화학교의 타선이 폭발하며 6대9로 패했지만 승자도 패자도 서로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홈런타자' (조)성훈이는 "공 치는 것도 좋았고, 달리는 것도 좋았어요. 홈런 친 게 제일 기분 좋아요"라며 활짝 웃었다. "최대한 멀리 쳐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공이 날아가는 순간 짜릿했어요"라더니 "엄마,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라는 애교 인사도 잊지 않았다. 첫 티볼 대회에 씩씩하게 도전, 상대 수비실책을 틈타 홈플레이트를 밟은 (유)성혜 역시 함박웃음을 지었다. "대회 나온 건 처음인데 많이 좋았어요. 홈을 밟고 박수 받아서 좋았어요. 내년에 또 나오고 싶어요."
홍용희 서진학교 교장은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이만수 감독 같은 스포츠 레전드가 아이들을 위해 이런 대회를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특수학교도 비장애인학교의 아침체육 프로그램처럼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예체능 프로그램이 더 많이 보급됐으면 좋겠다. 이런 대회들이 다양하게 더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전국 등록 발달장애인(지적 자폐성)은 약 25만2000명, 건강관련 설문 결과 36.4%가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고 답했고, 스포츠를 경험한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손기서 신서중 교장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체육활동이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 장애 및 비장애를 넘어 모든 학생들이 차별없이 체육활동을 자유롭게 즐기며 미래를 향한 심신단련의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함께한 오정훈 동작관악교육지원청 교육장 역시 "장애인, 비장애인 학생 모두에게 가장 큰 교육적 선물은 자신감"이라면서 "모든 학생들의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활동, 스포츠 행사가 더 많이 생기길,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발달장애 학생들에게 야구글러브를 선물하고, 시상하고 격려한 이만수 감독은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국내 티볼 대회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대회다. 올해는 서울, 경기지역만 진행하는데 내년부턴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다. 대구서도 왜 우리는 안하냐고 하더라. 아시아, 세계대회로도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했다. "53년째 야구를 하고 있다.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이 너무 크다. 내가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모습으로 살아가겠다"고 했다. 티볼의 재미에 푹 빠진 발달장애 아이들을 향한 '헐크 아저씨'의 응원은 따뜻했다. "세상이 힘들지만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온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제 인생 철학인 '네버 에버 기브업!' 절대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 파이팅!"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