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2002년 한일월드컵의 데자뷔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한일월드컵에서 홈 이점과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워 거침없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독일에 패한 뒤 3-4위전에서 또 다른 돌풍팀 터키를 만나 2대3으로 패해 대회를 4위로 마쳤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FIFA U-20 월드컵에 참가중인 김은중호는 21년 전 히딩크호의 선배들처럼 무서운 돌풍을 일으켰다. 조별리그를 2위로 통과한 대표팀은 16강과 8강에서 각각 에콰도르와 나이지리아를 연파하며 두 대회 연속 준결승에 진출하는 기적을 쐈다.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 1대2 분패한 한국은 3-4위전에서 이스라엘과 3위를 두고 격돌한다.
이스라엘은 처음으로 출전한 대회 조별리그에서 일본을 꺾고 16강에 올라 우즈베키스탄을 꺾고 8강에서 세계적 강호 브라질을 꺾는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일으켰다. 준결승에선 우루과이에 0대1로 석패해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돌풍팀'과 '돌풍팀'이 격돌한다는 점에서 한일월드컵 3-4위전과 오버랩된다.
이스라엘 대표팀은 준결승 진출 후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았다. 준결승 진출은 이스라엘 방위군(IDF) 3명이 이집트 국경 지역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이집트 경비대원이 쏜 총에 맞아 사살된 뒤에 벌어진 일이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지난 8일 "수백만 국민이 이스라엘 U-20 대표팀이 브라질을 격파하는 불가능해보이는 위업을 달성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국가적 고통이 아주 잠시 동안 무감각해졌다. 잠시나마, 분단된 땅의 모든 사람에게 환호를 선사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분단의 아픔을 겪었다. 한-이스라엘 수교 61주년을 맞아 지난 6일 방한한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두 나라만큼 역사적·지정학적으로 비슷한 경우가 또 있을까? 우리 두 나라는 거친 이웃(북한, 이란 등)과 함께 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이스라엘 대표팀은 브라질전에서 동예루살렘 아랍인, 베두인족, 유대인이 각각 골을 넣었다. 유대인 도르 투게르만은 착용한 흰색 손목띠에 "공격 희생자를 기리며"라고 살해된 군인들을 추모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분열된 국민들이 일시적으로 팀을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도록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강점은 항상 정상이 아닌 환경에서 정상성을 개척하는 탄력적인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준결승에서 우루과이에 패한 뒤 "감사하다. 당신들이 자랑스럽다"고 박수를 보냈다. '닮은 꼴' 한국과 이스라엘은 12일 새벽 2시30분 라플라타에서 격돌한다. 뒤이어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결승전을 펼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