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후유증같은 건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WBC에 출전한 경험이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
WBC 일본 우승 멤버 중 메이저리그 구단 소속 타자는 총 3명이었다. 외야수 라스 눗바(26·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메이저리그 데뷔를 앞두고 있던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 투수와 타자를 병행해온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다.
이들 세 선수는 1라운드 조별리그 중국과 1차전부터, 미국과 결승전까지 전 경기에 출전했다. 눗바는 1번으로 나섰고, 오타니는 3번, 요시다는 4번으로 공격을 이끌었다. 1라운드 4경기에 4번을 맡은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즈)가 극도로 부진하자,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5번 요시다를 4번에 넣었다.
이들 세 타자 중 눗바의 지명도, 비중이 가장 떨어졌다. 메이저리그의 명문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라고 해도 확고한 주전 외야수라고 보기 어려웠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많거나 경력이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부상으로 대회 직전에 합류가 불발됐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가 있었다. 또 일본프로야구(NPB)의 경쟁력있는 외야수가 적지 않았다.
일본 대표팀에 첫 선발된 비일본국적자인 눗바를 향한 차가운 시선이 있었다. 구리야마 감독은 4강전 이후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를 상대하려면 메이저리그 투수를 경험한 타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눗바는 2021년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58경기, 2022년에 108경기에 출전했다.
일본인 어머니를 둔 미국인 눗바는 동경하던 일본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뛰어난 친화력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갔다.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대회 초반부터 임팩트있는 활약을 펼쳐 기대에 부응했다. 대회 중반에 살짝 주춤했으나 구리야 감독은 그를 계속해서 리드오프로 중용했다.
메이저리그 3년차 시즌. 펄펄 날고 있다.
15일(한국시각) 보스턴 팬웨이파크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전에 1번-우익수로 선발출전해 2루타 2개를 포함해 3안타를 치고, 3득점을 올렸다. 6타수 3안타.
이날 경기를 포함해 5경기에서 20타수 7안타, 타율 3할5푼 4타점 5득점 3볼넷. 4월에 열린 13경기에서 2할3푼8리(42타수 10안타) 2홈런 5타점 출루율 0.418을 기록했는데, 5월에 출전한 13경기에선 3할6푼(50타수 18안타) 1홈런 8타점 0.439를 기록했다.
시즌 타율이 3할2리(96타수 29안타)까지 올라갔다.
특히 높아진 출루율이 눈에 띈다. 15일 현재 출루율 0.432.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내셔널리그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볼넷 증가에 따른 결과다. 27경기에서 4구 22개를 골랐다. 규정타석 미달 선수가 이 부문 공동 9위에 올라있다. 타석당 볼넷비율이 18.6%로 후안 소토(25·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다.
출루율이 좋아지면서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아졌다. 15일까지 OPS 0.880으로 대표팀 동료로 우승을 함께 한 오타니(0.874), 요시다(0.869)보다 높다.
눗바에게 WBC 일본대표 출전이 야구 커리어의 전환점이 된 걸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