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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편하게 눈이 즐거울 시간"…자동차로 즐기는 봄나들이 명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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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꽃구경을 넘어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4월이다. 따듯한 봄바람을 맞으며 제대로 된 눈 호강을 하겠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설렌다. 아뿔싸, 예상은 했겠지만, 사람이 많아 제대로 된 나들이가 쉽지 않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다. 이렇다 보니 편안한 봄나들이는 환상 속에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에 치이지도 않고, 차 속에서도 편안하게 봄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명소를 소개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가볼만 한 곳을 위주로 엄선했다. 자동차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고 있어 별다른 계획 없이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낭만 가득' 인천 경인아라뱃길 정서진

인천의 정서진은 특별한 곳이다.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서쪽 끝자락에 있다. 해맞이 명소인 강릉의 정동진과 대비되는 곳이다. 서쪽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일몰 시 가장 아름답다. 아름다운 낙조를 테마로 낭만과 그리움, 회상과 아쉬움을 의미하는 관광 콘텐츠도 다양하다. 정서진의 가장 큰 매력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사람에 치이지 않고 호젓하게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폭의 그림에 들어간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 바로 정서진이다.

해 질 무렵 정서진은 드넓은 서해가 넉넉한 품을 벌리고, 주홍빛 수평선 위로 크고 작은 섬이 그림처럼 떠 있다. 조약돌 모양을 본뜬 '노을종'과 고즈넉한 아라빛섬, 아라타워 23층에 있는 전망대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국적인 경인아라뱃길을 끼고 달리는 길에 정서진의 노을까지 더해 낭만적인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언제든 자동차를 멈추고 쉬었다 갈 수 있는 공원도 많다. 경인아라뱃길을 발아래 두고 걷는 아라마루전망대와 국내 최대 규모 인공 폭포인 아라폭포가 볼만하다. 저녁이면 알록달록한 조명이 아름다운 야경을 빚어낸다. 광장 입구에 들어선 아라타워는 해넘이 명소다. 23층 무료 전망대에 오르면 아라빛섬정서진광장이 한눈에 잡히고, 영종도와 인천대교, 경인아라뱃길, 경인항인천컨테이너부두, 청라국제도시까지 파노라마로 볼 수 있다. 운영 상황에 따라 개방 시간이 있으니 방문 전 사전 확인은 필수다.

자동차에서 바라보는 경인아라뱃길도 아름답지만, 유람선을 타고 상쾌한 강바람을 직접 느껴도 좋다. 선상에서 펼치는 다양한 공연이 재미를 더한다.

정서진의 낮도 아름답다. 정서진에 조성한 호수로 주변의 풍력발전소와 전망데크를 비롯해 다양한 정원이 있다. 들꽃을 심은 야생화테라스, 동양적인 매력이 풍기는 매화동산, 아라폭포를 조망하는 안개협곡공원 등이 대표적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녹청자의 매력을 엿보는 녹청자박물관을 방문하면 좋다. 녹청자는 녹갈색 유약을 발라 구워내는 청자를 말한다. 철분이 많은 점토를 사용해 빛깔이 독특하다. 고려시대 생활형 청자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녹청자박물관에서는 주말과 공휴일에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운영하고 있어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인근에 이는 가좌시장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1970년대부터 한자리를 지킨 가좌시장은 인천의 푸근한 인심을 만나는 전통 시장이다. 가벼운 간식거리도 많아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추억 가득' 강원도 정선 연포분교

강원도로 향하는 길은 추억이 가득하다. 여행지가 많아 줄곧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고, 타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예스러움을 품고 있다. 오래된 간판, 높지 않은 건물, 작은 분교 등 강원도 곳곳에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볼거리가 많다. 소박함과 푸근함의 매력에 매번 방문해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강원도의 봄을 즐기는 법은 다양하지만, 자동차를 이용한 시골길 드라이브를 추천한다. 발길 닿는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볼거리가 많다.

강원도로 여행지로 선택했다면 정선 연포마을로 떠나보자. 강원도를 대표 풍경 맛집인 동강을 끼고 있고, 다양한 들꽃이 맞이하는 곳으로 봄철 여행지로 제격이다.

정선에서 연포마을로 가는 길은 둘이다. 하나는 정선읍에서 줄곧 동강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신동읍 예미리에서 물레재를 넘는 길이다. 후자가 연포마을 주민들이 다니던 오래된 길로, 봄철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예미역에서 출발하면 유문동, 고성리재의 고성터널, 물레재 등을 차례로 지나는데, 첩첩산중 오지 마을에 찾아가는 기분이다. 험준한 물레재를 넘는 길에는 동강 일대 최고봉인 백운산이 반겨준다. 소사마을에 닿으면 동강의 상징인 뼝대(바위로 된 높고 큰 낭떠러지)가 나타난다. 세월교를 건너면 동강이 휘감는 지점에 연포마을이 폭 안겨 있다. 연포분교는 연포분교캠핑장으로 바뀌었지만, 부드러운 동강과 웅장한 뼝대가 어우러진 모습이 여전히 아름답다.

동강 주변에는 명소가 많다. 정선고성리산성(강원기념물)은 해발 425m 능선을 따라 돌로 쌓은 산성은 삼국시대 성으로 추정된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산성을 한 바퀴 도는 데 넉넉히 한 시간쯤 걸리며, 동강과 주변 산세를 감상하면서 느긋하게 산책하기 좋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강은 장관이다.

동강전망자연휴양림에서 내려오면 가수리로 향하다 보면 나리소전망대가 있다. 동강이 백운산 아래로 흐르다가 작은 소에 에메랄드빛으로 담겨 백사장과 어우러진 모습이 일품이다. 다시 동강을 끼고 한동안 달리면 가탄마을 거쳐 가수리에 닿는다. 예미초등학교 앞 언덕에는 수령 57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우뚝 섰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은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현지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싶다면 평상에서 휴식을 취하면 된다. 시골 인심은 언제나 따뜻하고, 추억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다.

▶'사연 가득' 열두 굽이 보은 말티재

매번 특별한 여행 계획에 지쳤다면 충북 보은으로 떠나자. 평범함 속 다양한 사연을 품고 있는 곳이 많아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쉽게 준비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라면 '척척박사' 가이드로서 변신할 수 있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이름부터 지붕이나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재'를 합쳤다.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서는 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창문을 내리고 계절을 만끽하는 드라이브 여행에 제격이다. 지금은 황매화 1만 8000주가 이제나저제나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 중이다. 속리산 법주사로 향하던 이 험준한 고갯길을 신라 사람도, 고려 왕건도, 조선의 세조도 걸었다. 돌고 도는 굽잇길마다 켜켜이 쌓인 역사를 알면 드라이브가 새롭다. 우선 신라가 삼년산성을 쌓을 때부터 주요 교통로로 이 길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행차할 때 임금이 다니는 길을 닦기 위해 3~4리에 걸쳐 얇은 돌을 깔았다는 내용도 조선 관찬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고,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 법주사 말사인 상환암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려고 험준한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조선의 7대 임금 세조는 한양에서 청주를 거쳐 속리산으로 향할 때 말티재를 넘었다. 수양대군 시절부터 스승이던 신미대사를 만나러 온 길이었다. 세조가 고개에 이르러 연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전해지는데, 가마가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전망대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말티재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있다. 10년에 걸쳐 완성된 속리산테마파크도 꼭 한번 들러봄 직하다.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르면 속리산 풍경이 장쾌하다.

말티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천년 고찰 법주사(사적)에 닿는다. 법주사로 향하는 길목의 장대한 소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으로 세조와 연을 맺고 있는 소나무다.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가마가 걸리지 않도록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고, 돌아갈 때는 소낙비를 피할 우산이 되어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멋짐 가득' 봉화 법전-명호 구간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국도35호선 구간은 세계적인 여행 정보서 '미슐랭 그린 가이드'로부터 별 하나를 받은 곳이다.

그중 봉화의 골은 꾸밈없이 아름다워 마치 계절의 전령이 숨겨둔 봄의 통로로 손색이 없다. 익숙해서 놓치고 지난 우리 산하의 비경이 잠시나마 숨 가쁜 일상을 지운다. 호젓한 도로는 낙동강과 황우산, 만리산, 청량산 등이 주거니 받거니 열어놓은 여로를 지나며 계절의 푸름을 실감케 한다. 샛길로 접어들어 만나는 마을과 사람 풍경은 고향의 향취를 닮아 아지랑이처럼 코끝을 간질인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을 조망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과 예던길 선유교는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국도35호선 변의 대표적인 산책로다. 무인 카페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는 청량산 '풍경 맛집'이다. 백두산 호랑이를 만나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의 누정 문화를 감상하는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역시 봄날이라 반가운 여행지다.

▶'설렘 가득' 남해 물미해안도로

'남쪽'은 봄의 설렘을 가득 품고 있다. 볕이 좋고, 산의 초목이 산뜻하며, 꽃이 가장 먼저 피는 곳. 남쪽의 여러 도시 중 남해는 이국적이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여 전국의 상춘객이 사랑해 마지않는다. 4월의 봄빛 찬란한 남해를 드라이브하며 여행한다. 바로 2010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에 오른 물미해안도로 일주다. 물건리와 미조리를 잇는 약 15km 드라이브 코스로, 일부 가파른 암벽을 끼고 도는 해안도로와 굽이진 길을 지나 망망대해를 배경으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섬이 인상적이다. 초전몽돌해변과 항도몽돌해변,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 물건리 방조어부림(천연기념물) 등 스치고 만나는 곳이 드라이브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물미해안도로 드라이브 코스 전후로 남해1경 금산 보리암, 남해보물섬전망대, 남해독일마을을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풍요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물미해안도로를 즐긴 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금산 보리암과 남해독일마을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금산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 여수 향일암과 함께 해수 관음 성지이며, 남해를 이야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곳이다. 남해독일마을은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 독일로 파견돼 헌신한 젊은 광부와 간호사들이 고국으로 돌아와 정착할 수 있도록 경상남도와 남해군이 2001년부터 건설한 곳이다. 마을 내 파독전시관에서 당시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파독전시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1000원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