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내가 박명근을 만난 건 행운이다. (박)명근이도 날 만난건 운이 좋았다."
박명근(19)을 바라보는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의 속내다.
LG는 시즌초 거듭된 부상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캡틴' 오지환이 부상으로 빠졌고, 마무리 고우석도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다. 외국인 타자 오스틴은 발뒤꿈치가 좋지 않아 대타로만 뛰고 있던 상황. 지난해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던 김윤식도 컨디션이 올라오는 속도가 늦다.
여기에 선발투수 이민호, 필승조 백승현의 부상 이탈이라는 대형 악재가 겹쳤다. LG 구단은 11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선발투수로 예정됐던 이민호 대신 신인 박명근을 내세웠다.
박명근은 올해 3라운드 신인투수다. 1초가 채 되지 않은 빠른 퀵모션으로 염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140㎞대 중반의 빠른 직구에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갖췄다. 시범경기 때는 5선발 후보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3라운드 신인이면 스프링캠프를 가기 쉽지 않다. (WBC)기술위원장할 때 (박)명근이를 봐두지 않았으면, 명근이는 스프링캠프를 못 가고 그냥 신인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거다. 서로를 만나 행운이다. 충분히 국가대표로 뛸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 이제 앞으로 키워나갈 일만 남은 선수다."
그렇다면 박명근의 보직은 어떻게 될까. 염 감독은 "앞으로 한달이 중요하다"면서 향후 필승조로의 발전 가능성도 점쳤다. 다만 선발로서의 활용에 대해서는 "일단 올시즌을 치러보고 고민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사이드암 투수의 선발 정착은 결국 좌타자를 상대하는 능력에 달렸다. 박명근의 경우 체인지업의 구위다. 사령탑은 "신인 시절 신재영(2016 신인상, 당시 넥센 히어로즈)보다 구위나 구종 가치는 훨씬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예정보다 훨씬 빠른 타이밍에 선발 기회가 왔다. 박명근은 이 기회를 살릴 수 있을까. 어쩌면 '염갈량'과 박명근의 만남은 서로에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일수도 있다. 우선은 11일 롯데전이 첫 걸음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