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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 없었더라면… 죽다 살아난 3루주자, 양의지 번호 단 외야수 괴력의 레이저송구에 혼비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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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NC의 개막 두번째 경기가 열린 라이온즈파크.

경기 전부터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외야에서 홈쪽으로 부는 역풍이었다. 왼쪽으로도 섞여 불었다.

강한 햇빛의 시야방해까지 받는 낮 경기. 외야수로선 살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었다.

바람의 수혜자는 '3루주자' 이원석이었다. 발이 느린 편에 속하는 선수.

7번 1루수로 출전한 이원석은 0-6으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김동엽 김지찬의 안타로 3루를 밟았다. 1사 만루. 구자욱이 NC 선발 구창모의 초구 슬라이더를 힘껏 밀었다.

높게 뜬 공은 희생플라이가 되기 넉넉한 비거리로 비행했다.

게다가 강한 바람에 실린 공은 좌익수의 예상 포구 포인트 보다 3루선상 앞쪽으로 급격한 포물선을 그렸다. 미리 자리를 잡았던 김성욱이 마지막 순간 급히 선상쪽으로 이동하며 살짝 불안하게 포구했다. 3루주자 이원석이 여유 있는 홈을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여유 있는 홈인을 예상했지만 상황은 이내 반전됐다.

엉거주춤 포구한 김성욱의 어깨는 달랐다. 리그 최고의 강견 답게 불안한 자세에서도 힘차게 홈을 향해 쐈다.

빨랫줄 처럼 날아온 공이 원바운드 되면서 포수 박세혁 미트에 정확히 들어왔다. 온 몸을 날린 이원석의 등 뒤로 태그가 이뤄졌다. 간 발의 차로 세이프. 팀의 첫 득점에 성공한 이원석은 예기치 못했던 접전 타이밍에 놀란 표정으로 유니폼 흙을 털어내며 '휴~'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강풍이 없었다면? 김성욱이 옆으로 포구하지 않고 전진하면서 탄력을 붙여 바로 홈으로 뿌렸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추격의 첫 득점 시도가 레이저송구로 끊겼다면 이날 삼성의 8대6 대 역전승 양상도 달라질 수 있었다. 라팍에 분 거센 바람은 홈 팀 삼성의 편이었던 셈.

상무를 제대한 예비역 외야수 김성욱은 폭 넓은 수비범위와 강한 어깨로 개막 선발 좌익수로 낙점됐다.

"1선발 등판 경기여서 수비 쪽을 고려했다"는 NC 강인권 감독의 설명. 김성욱은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했다. 개막전 8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그는 5타수3안타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무엇보다 우중간 쪽으로 향하는 타구질이 좋았다. "시범경기 당시 타석에서 조금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는데 개막 첫 타석에서 안타가 나오면서 본연의 모습이 나왔던 것 같다"는 강 감독의 분석.

이튿날인 2일 삼성전에도 9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하며 공수에서 맹활약 했다.

2회 삼성 선발 수아레즈로부터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추가득점에 징검다리를 놓았던 김성욱은 4-0으로 앞선 2사 만루에서 수아레즈에게 좌익선상 적시 2타점 2루타로 시즌 첫 타점까지 신고했다. 3타수2안타 2타점.

개막 2연전에서 8타수5안타(0.625) 2타점 1득점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2차전에서 비록 팀은 6대8로 아쉽게 역전패 했지만 개막 2연전에서 김성욱의 재발견은 큰 수확이다.

김성욱은 양의지가 떠나면서 남긴 25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개막 2경기 타구 질은 마치 양의지와 흡사하다.

2012년 입단한 김성욱은 공수주에 파워, 강한 어깨까지 갖춘 5툴 플레이어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0년 간 포텐을 터뜨리지 못했다. 늦깎이 스타 외야수의 탄생. 올해가 원년일 지도 모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