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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 취소날, 5선발 후보의 불미스런 이탈…사령탑의 고통스런 하루 어땠나 [창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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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Busy.Very."

잠긴 목소리, 살짝 젖은 눈, 붉어진 얼굴, 피로한 표정. '전날 어떻게 보냈나'라는 질문에 말하지 않아도 답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시즌 개막을 9일 앞둔 시점에 팀 전력의 핵심인 선발 유망주가 불미스러운 일로 퇴출됐다. 24일 창원NC파크 더그아웃에서 만난 래리 서튼 감독의 표정에 전날 롯데 자이언츠의 하루가 담겨있었다.

분노와 절망, 배신감, 애제자를 향한 안타까움과 답답함. 서튼 감독은 그답지 않게 말을 더듬기까지 하며 울컥하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전날 열릴 예정이던 NC 다이노스와의 시범경기는 우천으로 취소됐다. 평소 같으면 아쉬운 마음을 안고 휴식을 취했을 날, 서튼 감독은 '악몽'을 경험했다.

서준원은 창원 원정에도 동행했었다. 구단 측이 징계위원회를 열고, 당사자를 소환하면서 뒤늦게 부산으로 돌아갔다. 서튼 감독이 '서준원 사태'에 대해 알게 된 시점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서준원은 경찰 조사와 검찰 영장심사 등의 과정을 자신이 선임한 변호사와만 치렀다. 구단은 물론 개인 에이전트와 가족조차 몰랐다.

하물며 그 혐의가 '미성년자 약취유인', '아동청소년 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접한 성민규 단장과 서튼 감독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의 황망한 심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서준원은 앞서 구단 측의 수차례 문의에 거짓으로 답했다. 때문에 FA 보호선수에 거듭 이름을 올렸고, 스프링캠프도 모두 소화했다. 시범경기에도 3차례나 등판했다. 당장 영장 심사가 진행되기 전날인 20일 삼성 라이온즈전에도 등판, 무려 3이닝을 소화했다.

롯데 구단 징계위는 단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운영 홍보 마케팅 등 분야별 팀장들이 배석한 채 진행된다. 서준원은 이날 비로소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고, 구단은 즉각 방출로 답했다.

서튼 감독은 징계위에 참석하거나 부산으로 돌아가진 않았다. 창원에 그대로 머물며 선수단 분위기를 다잡는데 힘을 쏟았다. 다만 현실적으로 구단과의 수많은 의견교환은 피할 수 없었다.

"굉장히 바빴다.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하는 일이다. 구단 차원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프로 선수들은 야구장 안팎에서 모두 프로의식을 갖고 있어야한다."

선수단의 부모이자 최종 관리자로서 답답한 속내가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매우, 매우 실망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준원은 2019년 1차 지명 당시 최고의 재능으로 꼽혔던 선수다. 이후 성장이 지지부진했다. 4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5년차가 된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서튼 감독과 한솥밥을 먹은지도 올해로 4년째다.

올해는 직속 선배 한현희와 함께 김현욱 트레이닝코치의 전담 마크를 받았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많은 코치들이 열정과 시간을 쏟았다. 나 역시 더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해왔다. 야구는 매순간 선택을 해야한다. 어쩌면 인생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선택에 (예상과)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그리고 책임도 따른다."

2023 KBO리그는 오는 4월 1일 개막한다. 말 그대로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이다. 팀이 하나로 뭉쳐 나아가야하는 시기에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서준원은 1군 롱맨 겸 대체선발 1순위 투수였다, 그 자리를 누군가 메워야한다. 서튼 감독은 "단장님부터 배영수 코치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여러가지 옵션이 있다"면서 "개막 엔트리에 대한 큰 그림은 이미 나온 상태다. 하지만 다시 한두 자리에 대한 경쟁이 필요해졌다"고 덧붙였다.

"경쟁은 곧 기회다. 모든 선수들이 스텝업을 해야하는 시기다. 남은 5경기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지켜보겠다."

다행히 이날 롯데는 NC를 6대5로 격파, 시범경기 5연패를 탈출하며 흐름을 다잡았다. 올시즌이 끝났을 때, 서튼 감독은 모든 것을 잊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창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