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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인터뷰] 김고은 "매 순간 가치 있고 싶은 11년차 배우..대중에게 계속 쓰담쓰담 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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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 괴물 같은 샛별로 등판했던 신예가 어느덧 만인이 믿고 보는, 독보적인 커리어를 가진 무서운 내공의 베테랑으로 성장했다. 사랑스러웠다가 돌연 처연해지고 또 섬뜩했다가 이따금 코믹하기까지 한 변신의 귀재. 배우 김고은(32)은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아깝지 않은, 캐아일체의 정석 그 자체다.

1990년 3월 21일 첫발을 내디딘 스포츠조선이 창간 33주년을 맞아 '성장의 아이콘' 김고은을 만났다. 2012년 영화 '은교'(정지우 감독)로 데뷔해 올해 11년 차가 된 김고은은 스포츠조선과 청룡영화상이 자신 있게 보증하는 대표적인 국보급 배우. 2012년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에서 '은교'로 신인여우상을 단번에 꿰찬 이후 지난해 열린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주연상(드라마 부문) 수상까지 11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노력형 천재 김고은은 "어릴 때부터 '다작'이 꿈이었다.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행복하고 그들과 함께 노력한 결실이 관객, 대중에게 많은 사랑과 인정을 받을 때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특히 동료들과 함께하는 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내가 잘해서 된 성공이 아니라 모두의 피나는 노력과 구슬땀이 담겼기 때문에 거둘 수 있는 만족감인 것 같다. 그런 기대와 신뢰가 있기 때문에 11년간 쉼 없이 작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30대를 대표하는 김고은의 최고 미덕은 다양성이다. '은교'에서 보여준 한은교는 물론이고 '몬스터'(14, 황인호 감독)의 박복순, '차이나타운'(15, 한준희 감독)의 마일영은 아직 앳된 젊은 배우가 도전하기에 결코 쉽지 않은 극한의 캐릭터임에도 기필코 천연덕스럽게 자기 것으로 만들고 말았다. 또 2016년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 속 지은탁은 어떤가. 사랑스러움의 인간화로 '멜로퀸'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고은은 "스스로 솔직하고 냉정하게 보려고 한다. 내가 본 나는 꾸준함과 성실함보다는 즉흥적인 부분이 크다. MBTI도 매번 바뀌는데 P(인식형)는 부동이다. 같은 느낌의 작품이나 캐릭터를 연달아서 하면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감정을 느끼곤 한다. 좋은 작품임에도 연기를 하면서 어느 순간 슬퍼지기도 하고 힘이 빠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친구들은 '작심삼일'이라는 단어가 나를 위한 말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차기작을 선택할 때는 전과 다른 작품, 캐릭터에 도전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배우가 새로운 캐릭터에 갈증을 느끼지만 나는 특히 더 갈증을 많이 느끼는 배우인 것 같다. 현장에서 기시감이 들었을 때 '더 못하겠다'라는 감정이 몰려오기도 한다. 꼭 주연 타이틀롤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오로지 내가 재미있게 연기하기 위한, 배우를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이어가기 위한 방법이다. 또 싫증을 잘 내는 성격인데 지금까지 연기만큼은 단 한 번도 질리지 않고 재미있다. 내가 꾸준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행복감을 느끼는 게 바로 연기다. 이게 바로 천직이 아닐까"라며 웃었다.

이런 김고은에게 지난 2022년은 더욱 특별하고 뜻깊은 해였다. 물오른 러블리함으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송재정·김경란 극본, 이상엽·주상규 연출)의 김유미를 이끈 김고은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지난해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정서경 극본, 김희원 연출) 오인주와 영화 '영웅'(윤제균 감독) 설희를 통해 최고의 열연을 펼치며 가장 예쁘고 화려하게 만개했다. 그야말로 어마무시한 필모그래피는 김고은이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방증이다.

김고은은 "갓 데뷔했던 어릴 때는 내게 작품이 주어지는 것 자체가 굉장히 감사했고 이 작품에서 내가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컸다. 큰 산을 볼 여력이 없었고 그저 그 안의 나무를 가꾸는 일에 매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시야가 조금 더 넓어진 것 같다. 10년 차를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지는 마음가짐인 것 같기도 하다. 이제는 작품의 흥망성쇠가 내게 달렸다는 무거운 책임감이 든다. 물론 내가 큰돈을 투자한 작품은 아니지만 내 이름을 걸고 임한 작품이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 책임 또한 내가 짊어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유미의 세포들'이나 '작은 아씨들' '영웅'은 모두 시청자와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게 돼 더할 나위 없었다. 한편으로는 십년감수한 느낌까지 들기도 하더라. 사실 도박과도 같은 작품이었다. '유미의 세포들' 같은 경우는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이라 더욱 그렇게 느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모두가 노력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고 스스로도 새로운 작품, 새로운 캐릭터라고 느껴 더욱 만족감이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작은 아씨들'의 정서경 작가는 "연약한 김고은에게 돌덩이를 품은 듯한 묵직함을 발견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매 순간 '캐아일체'가 되어 작품에 온전히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김고은만의 장기이자 무기가 바로 이러한 내면의 단단함이다.

김고은은 "나는 현장에서 가치 있는 사람이고 싶고 내가 하는 연기가 작품에 꼭 필요한, 중요한 연기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때론 내가, 혹은 내 연기가 가벼운 도구로 쓰이다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굉장히 속상하고 가슴 아팠지만 역시나 다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내가 연기를 더욱 즐기고 함께하는 연출자, 스태프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분명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믿는다. 믿음으로 지금까지 버텼고 그 결과 '유미의 세포들' '작은 아씨들' '영웅'도 많은 인정과 사랑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김고은의 시작이었던 청룡영화상과 김고은의 전성기 중에서도 정점이었던 청룡시리즈어워즈에 대한 감정도 남달랐다.

김고은은 "스포츠조선이 주최하는 청룡영화상, 청룡시리즈어워즈도 개인적으로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청룡영화상은 어릴 때부터 너무 큰 시상식으로 바라봤던 곳이었는데 그 영광스러운 무대에서 덜컥 신인상을 받게 됐고 최근 청룡시리즈어워즈로 주연상까지 받게 됐다. 이따금 지친 마음을 쓰담쓰담해주는 기분이었다. 원래 많은 사람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데 청룡만 가면 마음이 아이처럼 되는 것 같다. 데뷔 때 청룡영화상에서도 지난해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도 '뿌앵'하고 눈물을 쏟아버렸다. 내게 스포츠조선, 청룡은 그런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