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2일 호주전에 선발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5)는 젊지만 종합적인 완성도에 있어 현존하는 일본 프로야구 최고 투수다.
단지 볼만 빠른 투수가 아니다. 최고 157㎞의 강속구는 기본. 스플리터, 커터, 커브를 안정된 제구 속에 다채롭게 구사한다.
간결한 투구 폼과 빠른 팔 스윙에서 예측 불허의 공들이 툭툭 튀어 나온다.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을 해야 하는 타자들은 죽을 맛이다.
최근 2년 간 그는 일본 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최고 투수였다. 2년 연속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 부문 투수 4관왕을 차지하며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와무라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2021년 26경기에서 193⅔이닝 18승5패 1.39의 경이적 평균자책점에 206탈삼진. 2020년에도 26경기 193이닝 15승5패 평균자책점 1.68, 205탈삼진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노히트노런 등 6차례 완투와 퍼시픽리그와 일본시리즈 우승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12일 호주전은 무결점 투수 야마모토의 진가를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한국 투수들에게 홈런 3방과 8점을 뽑아낸 호주 타선을 4이닝 동안 1안타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13타자를 상대로 출루는 단 한번, 탈삼진은 무려 8개였다. 최고 구속 96.6마일(약 155.5㎞).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잡고 기다리던 호주 타자들을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 커터,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4회를 60구 만에 마친 그는 5회부터 좌완 다카하시 게이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1m78, 80㎏의 크지 않은 체구. 하지만 뿜어져 나오는 공은 대포알이다.
어떻게 이런 스태미너와 강한 볼끝이 가능할까. 비결은 하체 활용에 있다. 야마모토는 완벽한 피칭 밸런스를 갖춘 투수. 하체 중심이동을 통해 강력한 팔스윙과 순간 파워를 일으킨다.
오타니 처럼 거구도 아닌 오히려 투수 치곤 작은 평범한 체구임에도 강한 공을 던진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이런 특급 투수가 탄생하지 않는걸까.
원인은 하체에 있다. 일본은 기본기를 중시한다. 특히 어린 유소년 투수들은 하체 훈련을 중점적으로 받는다. 하체 밸런스를 완벽하게 가져갈 때까지 변화구를 던지지 않는다. 탄탄한 하체 밸런스가 잡힌 이후에야 기술 훈련에 들어간다. 건설 공사로 치면 기초 작업을 오랜 시간에 걸쳐 다지고 또 다진 후에야 그 위에 건물을 올리는 것과 같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하체 밸런스가 완성되기 전에 변화구 등 기교를 배운다. 당장 눈 앞의 성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초공사가 탄탄해야 위기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국내 정상급 투수라 자부했던 젊은 투수들이 이번 WBC에서 5만 관중 앞에서 스트라이크 조차 못 던지며 망신을 당한 사실을 뼈 아프게 반성해야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유소년 야구의 기본 훈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실패 속에 배움이 없다면 또 다시 실패할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