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과정은 불투명했고, 이유는 석연치 않았다.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데이터와 경력이 말해주고 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59)은 퇴물 지도자'라고. 그럼에도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지만, 뮐러 위원장의 설명은 어느 하나 충분한 해명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은 들을수록, 원칙의 부재와 허술함이 드러난다.
애초 뮐러 위원장의 선임 과정부터 석연치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과의 계약 연장 무산 이후 이용수 위원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자리는 국내 인사들의 고사로 인해 뮐러 위원장에게 돌아갔다. 독일 출신의 지도자인 뮐러는 2018년 봄, 대한축구협회 지도자교육 강사로 부임했다. 그리고 가을에 덜컥 기술발전위원장이 됐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독일축구협회 지도자 강사로 10년간 활동했다. 이 기간에 독일 15세 이하(U-15), 18세 이하(U-18) 대표팀 코치를 맡았고, 21세 이하(U-21) 대표팀의 스카우트로 활동했다. 축구 선진국 독일의 정통 지도자 코스를 밟았다고 하지만, 한국에 온 지 겨우 5년 만에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중책을 맡겨도 되는 지에 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 올해 초 뮐러 위원장 선임 당시 이런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은 넘어갔다.
그리고 채 2개월도 지나지 않아 결국 사단이 났다. 뮐러 위원장이 거의 독단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을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환 인천 감독, 이정효 광주 감독,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 등 총 6명의 전력강화위원들과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거의 일방적인 통보와 확인 수준이었다. 뮐러 위원장은 항의하는 위원들에게 "나 혼자만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후에 다른 입김이 있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뮐러 위원장 선임→ 석연치 않은 대표팀 감독 선별 과정 → 지도자 커리어가 형편없는 클린스만 선임 등 악순환이 나왔다. 점진적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는 '폭망 빌드업'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 축구가 퇴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아직 결말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비록 과정이 석연치 않았어도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 대표팀을 맡아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단정할 순 없다. '폭망'이 아닌 '대박'의 빌드업 일 수도 있다. 한국 축구팬이라면 누구나 전자가 아닌 후자이길 바랄 것이다.
그 마지막 희망의 증거를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바로 클린스만 감독과의 기자회견이다. 1차 D-데이는 입국 예정일인 8일. 이날 입국 기자회견이 열릴 경우 클린스만 감독의 계획과 포부, 구체적인 운영계획 등 상세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인사검증 수준의 질문 세례가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의 답변을 통해 '클린스만 호'의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만약 스케줄을 이유로 기자회견일이 따로 잡힐 수도 있다. 날짜만 바뀔 뿐 과정은 똑같다. 클린스만의 생각과 포부가 중요하다. '뮐러의 입'이 아닌 '클린스만의 입'에서 나온 말과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우려를 종식시킬 만한 준비를 해와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조기 교체도 감수할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