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세요." "최고 수준의 통역사를 쓰세요."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독일 출신으로는 사상 두 번째로 대한민국 축구 지휘봉을 잡게된 후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살뜰한 조언을 건넸다.
슈틸리케 감독은 1일(한국시각) 독일 스포츠 미디어 '스포츠버저'와의 인터뷰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의 선임과 관련한 의견과 조언, 3년간 경험한 한국축구에 대한 속내를 가감없이 전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재임기에 대해 "비록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아내와 함께 3년 가까이 살았던 한국과 수도 서울에 대한 기억은 한결같이 긍정적"이라면서 "무엇보다 선수들, 그리고 팀에서 가장 가까운 직원들과의 협력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돌아봤다. "항상 화목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사람들의 친절함과 도움은 여전히 좋은 경험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남북한 사이에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한민국은 항상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계심은 물론 축구를 포함한 국민들의 성격에도 반영돼 있다. 규율, 의지, 조직력, 강인함 등 필요한 요소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수비는 꽤 잘하지만 공격의 경우 창의성과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미덕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축구의 인기에 대해서도 K리그에 대한 무관심, 그에 비해 절대적인 대표팀 인기 쏠림 현상을 냉정하게 짚었다. "시청률로 쉽게 분석할 수 있다.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국내 리그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게다가 우리처럼 동호인들에 의해 창단된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의 동기에 의해 탄생한 클럽들이 대부분이다. 축구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현대, 삼성 등 대기업들이 최근 몇 년 사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구단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반면 국가대표팀은 더 광범위하게 마케팅이 잘 이뤄지고 있따. 2022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은 또 다른 상승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 축구의 잠재력에 대한 질문에는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말했다. "잠재력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가 일할 당시에는 젊은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학교와 대학의 손에 달려 있었다. 그래서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주변 국가, 주로 일본으로 떠나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체계적인 젊은 인재 육성에는 분명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위르겐 클린스만의 한국 감독 부임에 대해 그는 독일, 미국에서의 경험과 한국 감독의 경험은 또 다른 도전일 것이라고 봤다. "감독으로서의 다양한 경험은 중요하지만 일상 생활에 관한 한 유럽이나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많은 것들이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현장에서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과 아직까지 한국 관련 어떤 이야기도 주고받지 않았다는 점도 밝혔다. "위르겐 클린스만과 저는 서로 알고 지내지만 계약 체결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임 감독으로서 클린스만에게 주고 싶은 조언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 거주"를 가장 먼저 제안했다. "삶을 느끼고 알기 위해 그곳에 거주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사람들의 일상적인 문제, 그들의 두려움, 기쁨, 습관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비무장 지대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린스만이 한국과 얼마나 잘 어울리까라는 질문에 슈틸리케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국가대표팀 감독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는다"면서 "친선 경기 몇 번은 망칠 수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가 되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선 국가대표팀 친선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한편으로는 높은 요구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클린스만은 매우 의욕적이고 야심 차며 극도로 잘 훈련된 선수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선수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감독의 자질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통역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역사다. 통역사는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 문제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 현지에서 자란 선수들과 해외에서 일하는 선수들의 서로 다른 플레이 스타일과 사고방식 사이에서 팀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까라는 질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아직은 해외 유명 클럽에 진출한 선수가 너무 적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하지만 KFA가 이를 비교적 잘 평가할 수 있고, 아시아 대륙에서 수년간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일본과 이란을 먼저 밟고 올라서길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대한민국 슈퍼스타 손흥민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손흥민이라는 국민적 영웅이 12년 넘게 대한민국을 위해 뛰고 있다. 그를 어떻게 설명하시는가. 그런 선수에게는 어떤 종류의 특별한 대우가 필요하느냐'라는 질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은 다른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그의 힘이 없으면 한국의 공격은 마비된다"고 답했다. "해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독일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 코칭스태프와 함께 일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매우 잘 자랐고 지극히 가족적인 선수"라고 설명했다.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는 정우영(SC 프라이부르크)과 이재성(FSV 마인츠) 단 두 명뿐인데 클린스만의 부임으로 분데스리가가 한국 선수들에게 더 흥미로워질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엔 "한국 K리그는 재정적으로 탄탄한 기반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의 관심은 클럽과 선수들에게 항상 흥미를 끈다"고 답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비슷한 일본 진출이 많지만, 2022년 월드컵에서는 유럽 클럽과 계약을 맺은 선수도 7명이나 대표팀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이 지휘봉을 잡고 첫 시험대에 오를 2023 카타르아시안컵에 대해선 "마지막 우승이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때문에 이 대회에서 다시 우승하는 것이 KFA의 큰 바람"이라고 설명한 후 자신이 이끌어낸 준우승의 기억을 떠올렸다. "2015년 시드니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호주에 연장 접전 끝에 1대2로 패하며 아쉽게 준우승했다. 이미 일본, 이란, 한국, 호주가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도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