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결론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7일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후임으로 독일 출신의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그와의 계약 기간은 3월부터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까지 약 3년5개월이다. 연봉은 양측의 합의에 따라 비공개하기로 했다.
KFA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한국축구를 떠난 벤투 감독(포르투갈 출신)의 후임 찾기에 나섰다.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새 감독을 결정할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선임부터 쉽지 않았다. 자천타천으로 언급되던 국내 인물들이 모두 고사했다. 결국 KFA는 기술발전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독일 출신 마이클 뮐러를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대표팀 육성과 관리를 책임지는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에 외국인이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도 새 얼굴로 재편했다.
외국인 감독으로 일찌감치 가닥이 잡힌 가운데 외신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튀어나왔다. 호세 보르달라스 전 발렌시아 감독을 시작으로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 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토르스텐 핑크 전 비셀 고베 감독, 바히드 할리호지치 전 일본 대표팀 감독, 로베르토 모레노 전 스페인 대표팀 감독, 라파엘 베니테즈 전 뉴캐슬 감독 등이 거론됐다. KFA는 협상 과정에서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보안'을 이유로 전력강화위원들 조차 진행 과정을 보고받지 못했다. 전력강화위는 지난달 25일 화상으로 1차 회의를 한 뒤 '개점 휴업'했다. 1차 회의도 상견례 수준이었다.
대신 협회 수뇌부가 중심이 돼, 물밑에서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KFA는 2월말까지 새 감독을 데려오겠다고 공언했다. 3월 A매치에 앞서 3월15일 열리는 카타르월드컵 TSG 결과 발표에 새 감독과 함께 하겠다는 내부 방침도 세웠다. 여러 후보와 접촉한 끝에, 결론은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특히 협회 고위층에서 클린스만 감독에 강한 호감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역 시절 '레전드 공격수'였던 클린스만 감독은 감독 부임 후 부침이 심했다. 2019년 헤르타 베를린을 끝으로 야인으로 지냈다. 최근 공식 활동이 카타르월드컵 공식 TSG였다. 당시 차두리 FC서울 유스디렉터와 함께 했다. KFA가 클린스만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고, 지도자 복귀를 원하던 클린스만 감독 역시 협회가 내건 대부분의 조건을 수용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협상에서 마무리까지 가는데 큰 이견은 없었다고 한다. 계약기간, 연봉, 그리고 쟁점이 됐던 국내 상주 조건까지 일사천리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에 머물며 K리그를 살피는 것은 물론, 각급 대표팀에도 신경을 쓰기로 했다. 필요하면 U-20 대표팀 경기까지 챙기기로 했다. 코치진도 결론이 났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에게 최대 4명까지 동행이 가능하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피지컬 코치와 전술 코치의 합류가 유력한 상황으로 사실상 사단을 꾸리는 게 가능해졌다. 토종 코치는 벤투 감독 시절과 마찬가지로 두 명이 합류하기로 했다.
계약조건은 3년반 정도지만, 중간 점검 포인트가 있다. 바로 내년초 열릴 카타르아시안컵이다. 아시안컵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내년 1월 개막이 유력하다. KFA는 '중간고사'가 아시안컵 무대가 될 수 있다는 뜻을 전했고, 클린스만 감독도 이에 동의했다.
뮐러 위원장과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은 27일 오후 4시 전력강화위원들을 소집해, 클린스만 감독과 협상 사실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협상 과정과 선택 이유 등을 언급했다. 충분한 토론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사실상의 결정 '통보'를 받은 위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회의 마감 30분 후, '클린스만 선임' 공식 발표가 나왔다. 그렇게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축구의 새 수장이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