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KBO(한국야구위원회)가 2024년 KBO리그 개막전 경기를 미국에서 여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 개막전을 왜 미국에서 열어야 하는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KBO 허구연 총재는 지난 1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허 총재는 WBC 국가 대표팀을 격려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구단주와 사장 등을 만났지만 가장 중요한 일정은 2024년 시범경기와 개막전 미국 현지 개최를 위한 관계자 논의였다. KBO에 따르면 허 총재는 LA 에인절스 존 카피노 사장과 LA 다저스 마케팅 책임자 론 로슨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KBO리그 구단과 MLB 구단 간의 시범경기 개최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논의했고, 경기 개최시 KBO리그 스폰서, 광고, 프로모션 등의 권리를 KBO가 가질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또 LA 총영사와 주미한국문화원장을 만나 2024년 개막전 미국 개최 배경과 계획을 밝히며 협조를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MLB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와 만났고, 2024년 개막전 개최시 MLB 사무국의 전폭적인 지원 및 협조 요청을 했다.
2024년 KBO리그 개막전 미국 개최에 대한 허구연 총재의 의욕이 대단하다. 허 총재가 갑작스럽게 미국 개최를 추진한 것은 아니다. 총재 부임 이후 꾸준히 MLB와의 교류, 해외 경기 개최를 통한 KBO리그의 '글로벌화'에 신경 써 왔고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그의 행보를 보면, 이런 계획은 '진심'이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KBO의 보도자료 발표 이후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굳이 왜 미국에서 개막전을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대부분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KBO리그 개막전을 미국에서 치르는 것에 대한 충분한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 팬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를 여론의 흐름에 맡길 수는 없다. 부정적 여론이 막상 프로젝트가 성사됐을 때 정 반대의 분위기로 바뀌는 사례도 많았다. 하지만 팬들의 이같은 반응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해외 개막전 혹은 해외에서의 특별 경기 개최는 아주 희귀한 경우는 아니다. 유명 축구 클럽들의 해외 투어는 자주 있는 일이다. 물론 이벤트성 경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례인 메이저리그가 일본, 호주에서 정규 시즌 개막전을 개최했었고, 2019년에는 개막전은 아니었어도 정규 시즌 중간에 영국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유럽 대륙 최초로 메이저리그 경기가 열린 바 있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도 멕시코와 런던에서 정규 시즌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메이저리그는 '야구의 세계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KBO리그도 야구의 세계화와 국내 야구 인기 부흥을 위해 해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지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개최 장소가 미국인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프로야구리그의 시발점이자 메이저리그의 본고장에서, KBO리그 개최가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몇 수 아래라고 평가받는 것은 우리로선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메이저리그가 멈췄을 때, 미국 전역에 KBO리그 경기가 생중계 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이후 메이저리그가 재개되면서 그 관심은 급속도로 사그라들었다. 실질적으로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인 교민들과 원정 응원을 갈 KBO리그 팬들, 그리고 일부 한류팬들을 위한 경기가 될 수밖에 없다. KBO가 지불해야 할 개최 비용이나 미국에서 개막전을 치르고 한국으로 돌아와 시차 적응부터 해야 할 선수단 컨디션 조절 문제 등을 감안하면, 얻을 것 보다 출혈이 더 커 보인다.
물론 마케팅적으로 또는 기업들의 프로모션 측면에서의 효과 등 모든 결과를 벌써 단정짓기는 무리일 수 있다. 또 메이저리그의 나라에서 KBO리그의 위상을 보여주는 것도, 흥행 여부를 떠나 보람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국내 야구 인기 재부흥을 위해서 이 방법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은 떨쳐내기 어렵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