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날 욕하는 건 괜찮은데, 화살이 가족에게 향할 때면…"
매일매일 모두 앞에서 성과를 평가받는 직장생활이란 어떤 느낌일까.
투명인간 또는 악당. '야구 심판'이란 직업을 바라보는 평론가들의 정의다. 잘한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적지만, 실수하면 만인의 비판이 집중된다.
유명세가 반갑지 않다. 심판이 주목받는 상황은 벤치 및 선수 항의 또는 비디오 판독 때다. 연차와 함께 '악명'도 쌓이기 마련이다.
1994년에 입사해 올해로 30년차 시즌을 앞둔 최수원 심판은 6명의 1군 심판팀장 중 한 명이다. '안경에이스' 고 최동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 1군에 올라온 게 1997년이고, 1군 첫 경기는 3루심이었죠. 첫 주심은 만원 관중으로 꽉찬 LG 트윈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잠실 경기였는데, 너무 긴장해서 어떤 경기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끝나고 나니 입술이 터졌더라고요"라며 오래전 기억을 떠올렸다.
공 하나하나가 업무 평가와 직결된다. 최 심판은 "오래 하려면 일이랑 잘 맞아야해요. 다들 힘들어하지만, 날이 밝으면 또 잊고 그라운드에 나가야죠. 야구팬들 시선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나라도 그럴 거에요"라며 웃었다. 하지만 강철같이 단련된 그의 심장에도 악플은 생채기를 낸다.
"딸이 올해 25살인데, 어릴 땐 아빠가 야구 심판인걸 몰랐어요. 말하고 싶지 않았죠. 부산은 또 야구팬들이 워낙 많잖아요. 학교에서 괜한 소리 듣고 상처받을까봐 걱정도 되고…처음으로 아빠 심판 보는 경기를 보러온게 고등학교 때예요. 30년 동안 3번쯤 왔나? 성인이 되니까 아빠 마음을 이해하더라고요."
포털 기사 댓글은 사라졌지만, 야구 커뮤니티는 남아있다. 최 심판은 후배들에게 '커뮤니티 들어가지 마라, SNS 하지마라, 이름 검색하지마라'라고 항상 강조한다고.
야구 심판은 자신만의 독특한 삼진콜로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최 심판에 따르면 젊을 때는 와일드하고 강렬한 동작을 추구하다가 나이가 들면 간결하게 바뀐다고. 심판 업계에도 메이저리그 붐이 일어 미국 심판들의 폼을 참고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정규시즌 경기당 평균 소요시간은 3시간 11분이었다.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투수의 제구와 보크 움직임, 타자의 스윙, 각자 자신이 맡은 루의 상황을 한꺼번에 봐야한다. 공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지도 모르는 위험도 있다.
5명으로 구성된 1군 고정 심판조는 총 6팀이다. 최 심판 외에도 김병주, 전일수, 박기택, 이영재, 박종철 팀장의 심판조가 있다. 여기에 1~2군을 오가거나 2군에서만 뛰는 인원을 합쳐 2023시즌에는 총 52명(KBO 가이드북 기준)의 심판들이 뛴다.
스프링캠프는 심판들에게도 '몸풀기' 시즌이다. 피칭머신을 보며 단련한 눈으로 캠프 현장을 답사하며 투수들의 공에 익숙해진다. 3월 시범경기부터는 새로운 시즌의 시작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