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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노"만 알던 31세 코치…13년 연속 100안타 타자가 놀란 이유는[투산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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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 팬이라면 허 일(31)이라는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한 허 일은 2011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순서에서 보듯 입단 초기 내야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았다. 2011년 6월 14~15일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에서 1군 데뷔했으나, 이틀 간 안타 없이 삼진만 3차례 당하며 1군의 벽을 실감했다. 2018년이 돼서야 1군에 다시 콜업된 허 일은 이후 2020년까지 수 차례 기회를 얻었지만,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결국 롯데는 2020년 11월 허 일을 웨이버공시했다.

롯데를 떠난 허 일은 호주 프로야구(ABL) 진출을 노렸다. 2019시즌을 마치고 질롱코리아에 합류해 시즌을 보낸 경험이 발판이 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호주가 외국인 입국을 막으면서 ABL 진출도 무산됐다.

30세도 되지 않은 창창한 나이, 제2의 인생에 대한 준비는 차치하고 꿈꾸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 허 일이 선택한 것은 미국행이었다. 이 곳에서 허 일은 미국 현지에서 학생 선수를 가르치는 코치로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엔 LA에서 강정호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올 초 LA로 건너가 허 일을 만난 손아섭(35·NC 다이노스)은 "굉장히 놀랐다"고 운을 뗐다. 그는 "(허)일이는 롯데 시절부터 아끼고 좋아했던 후배였다. 은퇴한 뒤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 받은 사이"라며 "타격에 변화를 주기 위해 LA에서 비시즌 훈련을 했을 때 만났는데, 코칭 이론이 상당히 체계적이었고 납득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소개했다. 또 "처음 미국에 건너갔을 때는 '예스, 노' 단 두 마디만 할 줄 알았다더라. 현지인들이 말할 때는 눈치로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영어를 배웠다더라"며 "지금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코칭에 막힘이 없을 정도로 영어를 잘 구사한다"고 덧붙였다. 손아섭은 "(허)일이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에도 자주 연락이 왔다. 내 경기를 지켜보고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때론 응원도 해줬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먼 이국 땅에서 외로움을 견디는 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손아섭은 "이른 나이에 은퇴해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코치 생활을 한다는 건 보통 결심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단순히 '코치'란 직함만 달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 만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립해 나아가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며 "이번 경험을 통해 나 스스로도 배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손아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30년 연속 120안타를 돌파한 '안타 장인'이다. 특유의 근성과 철저함으로 무장해 경기 뿐만 아니라 훈련에서도 완벽을 추구하는 선수. 이런 손아섭에게 인정을 받을 정도로 성장한 허 일이 앞으로 그려 나아갈 코치 인생이 기대된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