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T 위즈 외야수 조용호(34)는 지난 시즌까지 경기 중 대수비 교체가 잦았다.
경기 후반 수비 교체는 벤치의 전략적 판단이 크다. 수비를 강화해 실점을 막고 승리를 지키거나, 이어지는 공격에서의 찬스를 염두에 두고 행한다. 대개 공격보다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가 기용된다.
조용호의 수비 능력이 떨어지는 편은 아니다. 내야수 출신이지만 빠른 발을 앞세운 넓은 수비 커버 범위, 타구 판단이나 송구 모두 준수하다. 이럼에도 KT 이강철 감독이 조용호를 경기 후반 대수비로 교체하는 것은 '관리' 측면이 강하다. 고관절 통증을 고질로 앓고 있는 조용호가 수비 중 무리한 동작으로 큰 부상을 할 우려가 크게 작용한다. 뛰어난 콘텍트 능력을 갖췄고, 발도 빠른 조용호를 빼는 것은 타선에도 마이너스. 하지만 긴 시즌 타선의 힘을 일정하기 위해선 조용호를 관리하며 시즌 내내 활용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조용호는 "감독님이 관리를 해주시는 부분은 굉장히 감사하다. 하지만 내 나름의 욕심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지난해보다 8000만원 인상된 연봉 4억원에 계약한 그는 "동료들이 농담으로 '중학생'이라 부른다. 중학생 야구처럼 7회에 매일 퇴근하니까"라고 웃은 뒤 "연봉이 오르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 야구 자체를 더 잘 하고 싶다"며 "더 많은 수비 이닝을 책임지고 싶고, 도루도 많이 하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조용호는 지난 시즌부터 레그킥 타법으로 타격폼을 바꿨다. 이전까지 콘텍트에 비해 장타가 드물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레그킥을 시도한 뒤 생애 첫 3할 타율(3할8리) 뿐만 아니라 프로 첫 홈런(3개)까지 달성했다. 조용호는 "내가 다른 선수에 비해 힘이 떨어지는 편이다. (타석에서) 노스텝으로 다리를 벌리고 치면 회전력이 좀 떨어진다. 레그킥으로 중심 이동을 하면서 회전력이 더 좋아진 거 같다"며 "타구 속도도 예년보다 평균적으로 좀 더 올라갔다고 한다. 중심 이동을 해보니 히팅 포인트도 좀 더 앞으로 나오면서 빨라진 회전력과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조금씩 수정을 해 나아가고 있다. 타격코치님 도움을 받으면서 계속 공부중이다. 매주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보이는데, 아직까지 확실하게 내 것이라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대표팀과 연습경기 때 (바뀐 타격폼 문제로) 걱정을 좀 했는데, 다행히 나쁜 공에 손이 잘 안 가더라. 다행스런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전 타격폼을 8~9년 정도 쓴 것 같다. 이 바뀐 타격 폼도 그 정도 기간 동안 써 보고 싶다"고 웃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팀에 없어선 안될 선수. 조용호가 꿈꾸는 그림이다. 그는 "팀이 원할 때 해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간판 타자는 아니더라도 팀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하는 게 내 목표"라고 강조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