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시시각각 다가오는 결전, 그러나 준비는 더디기만 하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이강철 감독의 고민이 깊다.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투수들의 컨디션 때문이다. 정규시즌보다 이른 시기인 3월 초 열리는 WBC, 투수들이 100% 완벽한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때문에 대표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소집된 이후 실전 위주 훈련으로 투수들의 감각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4번의 실전을 치렀음에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추운 날씨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좋은 시설, 따뜻한 날씨로 KBO리그 스프링캠프지로 선호됐던 투산은 연일 이상기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단 두 번 뿐이었던 강우가 이달엔 매주 2~3번씩 이어지고 있다. 비가 그친 뒤엔 추위와 강풍이 불어 닥치면서 선수들의 훈련을 가로막고 있다. 앞선 실전에서 좋은 컨디션과 감각을 보여준 야수와 달리 투수들은 정상적인 피칭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이닝, 투구 수 늘리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이하 한국시각) 키노 베테랑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G 트윈스와의 현지 마지막 연습경기 일정도 아침부터 내린 많은 비로 결국 취소됐다.
이 감독은 이날 선수들에게 자율훈련을 지시했다. 숙소 시설을 이용하거나 훈련장인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시설을 이용토록 했다. 투수들은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행 버스에 올랐고, 불펜 투구를 펼쳤다. 곽 빈(두산 베어스)을 제외한 투수 14명이 불펜 투구를 했다.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소형준(KT 위즈)은 실전에 가까운 60개의 투구를 했고, 나머지 투수들도 35개 안팎의 공을 던졌다. 선발 투수들은 여전히 WBC 투구 제한 수(65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표팀은 28일 귀국길에 올라 3월 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2~3일 이틀 간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 및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를 갖고, 4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한다. 이 감독은 국내 팀과의 마지막 연습경기인 SSG전 투구 내용을 지켜본 뒤 WBC 마운드 운영 윤곽을 잡을 계획이다. 이 경기에선 대표팀 투수들이 SSG 선수들 대신 등판해 타자를 상대하는 '미니 청백전' 형식으로 치러진다.
대표팀 투수들의 공을 직접 받아본 양의지는 "(투수들이) 날씨가 춥고 공이 약간 뜨는 경향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계속 적응해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수) 전반 컨디션은 다 괜찮아 보인다. 걱정할 정도의 수준까진 아니다"라고 말한 뒤 "국내에선 훈련에 큰 지장이 없는 만큼, 컨디션도 빨리 올라올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항상 부담감을 안고 국제대회에 갔는데, 부담보다는 즐겨야 더 좋은 기량이 나올 수 있는 것 같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자신감 있게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영 역시 "(WBC 공인구가) KBO리그와 달리 좀 미끄럽고 커서 아직 감각 면에서 부족해 보이지만, 곧 적응하면 원래 던지던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들 (컨디션이) 나쁘진 않다. 투수는 타자처럼 날아오는 공을 치는 게 아니라 던지는 입장이기에 자기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한다면 충분히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전인 국제대회에서 투수들의 활약은 절대적이다. 대표팀이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답을 찾아야 할 이유다. 과연 이강철호는 WBC 본선 1라운드 호주전 전까지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투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