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 '현대가 더비'는 역시 '소문난 잔치'였다. 스토리가 넘쳤고,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극도의 긴장감이 흘렀다.
첫 경기부터 3만에 가까운 2만8039명이 운집했다. 하지만 챔피언의 무늬는 지워지지 않았다. 울산이 대반전으로 활짝 웃었다.
울산이 25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개막전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엄원상과 루빅손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2대1로 역전승했다. 울산은 지난해 우승 기운을 이어갔고, 정상 탈환을 노리는 전북은 뼈아픈 원정길이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4-2-3-1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올 시즌 울산으로 돌아온 주민규가 최전방에 포진한 가운데 바코, 강윤구, 엄원상이 2선에 위치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이규성, 박용우가 섰고, 설영우 김영권 정승현 김태환이 수비를 책임졌다. 골키퍼 장갑은 조현우가 꼈다.
김상식 전북 감독도 4-2-3-1로 맞불을 놓았다. 조규성 원톱에 나섰고, 바로 밑에 송민규 아마노 이동준이 출격했다. 중원에는 김건웅 백승호가 짝을 이뤘다. 포백에는 김진수 박진섭 홍정호 김문환이 위치한 가운데 골문은 김정훈이 지켰다.
전북은 울산 출신의 아마노와 이동준이 경기 초반부터 울산을 뒤흔들었다. 짜임새 넘치는 조직력과 강력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아마노는 전북으로 둥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거짓말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아마노가 부인하며 유감이라고 했지만 앙금은 남았다.
김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언했고, 아마노는 홍 감독 보란 듯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울산 팬들은 아마노가 볼만 잡으면 강한 야유를 보냈다. 이동준은 지난해 울산에서 독일 헤르타 베를린으로 이적했다가 올해 울산이 아닌 전북으로 돌아왔다. 그는 특유의 빠른 발을 앞세워 울산의 왼쪽을 허물었다.
경기 시작 10분 만에 골이 터졌다. 전북이었다. 이동준과 아마노를 거친 볼이 송민규에게 배달됐다. 송민규의 왼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울산은 전반 14분 22세 이하 카드인 강윤구를 빼고 아타루를 투입하며 서둘러 전열을 재정비했다. 하지만 기세를 올린 전북의 칼끝은 더 매서워졌다. 조규성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지만 마무리가 안됐다.
울산은 전반 42분 주민규의 오른발 발리슛으로 흐름을 돌려놓았고, 1분 뒤 동점골을 터트렸다. 코너킥 세트피스에서 김영권의 힐패스가 바코의 오른발 슈팅으로 이어졌다. 볼은 전북 선수 맞고 흘러나왔고, 엄원상이 해결했다. 결국 전반은 1-1로 막을 내렸다.
후반 변수가 생겼다. 이동준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후반 8분 문선민과 교체됐다. 울산도 엄원상 대신 루빅손이 투입됐다.
전북은 전반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탓일까. 칼끝이 다소 무뎌졌고, 울산이 흐름을 탔다. 김 감독은 후반 14분 아마노를 빼고 안드레 루이스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후반 19분 전북의 결정적인 실수가 나왔다. 홍정호의 로빙 백패스를 골키퍼 김정훈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루빅손이 쇄도했다. 루빅손이 발끝에 걸린 볼은 김정훈을 통과했고, 역전골이 터졌다. 스웨덴 출신의 루빅손은 올 시즌 울산에 둥지를 틀었고, K리그 데뷔전에서 골을 신고했다.
전북은 정태욱과 한교원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더 이상 골은 터지지 않았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