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사(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줬다.
미국 애리조나에서의 1차 스프링캠프 일정을 마무리한 한화 이글스는 최근 화제의 중심이었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을 앞둔 네덜란드 대표팀을 상대로 2연승을 거뒀다. 첫날 4대1로 승리할 때만 해도 몸이 덜 풀린 네덜란드의 상황이 작용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두 번째 맞대결에선 '다이너마이트 타선'이 폭발하면서 15대4 대승을 거뒀다. 네덜란드 대표팀에 합류한 전직 빅리거들은 한화의 젊은 선수들의 기량에 놀라움과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은 네덜란드와의 두 번째 연습경기를 마친 뒤 "공수주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그동안 애리조나에 둥지를 튼 KBO리그 팀들은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이상기후로 예년보다 추워진 날씨가 원인. 투산에 머물고 있는 WBC 대표팀도 두 번이나 훈련 일정을 조정하는 등 난관의 연속이다.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애리조나가 이렇게 추울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런 가운데 한화는 네덜란드전을 통해 이른 시기에 빠르게 실전 감각을 끌어 올린 모양새다.
한화는 애리조나의 주도인 피닉스 동쪽의 메사 벨뱅크파크에서 1차 캠프를 보냈다. 지난해 1월 개장한 벨뱅크파크는 미국 최대 규모의 다목적 체육시설. 130㏊의 부지에 5000석 규모의 야외경기장, 2800석 규모의 실내경기장을 포함해 8면의 야구, 소프트볼 구장 외에도 35면의 축구장, 57면의 실내 배구장, 20면의 실내 농구장, 12면의 비치발리볼 코트, 체조센터, 댄스 스튜디오, 치어센터 등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역민, 아마추어 선수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들이 비시즌 훈련을 위해 찾을 정도.
이런 시설을 한화가 사용할 수 있었던 것엔 숨은 노력이 있었다.
운영팀 소속 구현준 과장은 2020년 애리조나 캠프 당시 부족한 환경으로 캠프지 변경 과정에서 벨뱅크파크 신축 소식을 접한 뒤 수소문 끝에 담당자와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구 과장은 우선 협상자 위치를 선점한 뒤 벨뱅크파크 완공 뒤 즉시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율을 마쳤다. 코로나19로 해외 캠프 길이 막히면서 미국행이 좌초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 과장은 현지 담당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신뢰를 쌓았고, 결국 이번 캠프에서 벨뱅크파크 시설 대부분을 사용하는 결실을 만들었다.
꾸준히 쌓은 신뢰는 협조로 이어졌다. 벨뱅크파크 측은 지난해 8월 한화 관계자들의 현지 답사 때 인조잔디로 이뤄진 구장, 불펜이 프로구단 훈련에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을 하자, 미국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마이애미 말린스 소속 구장 관리 전문가를 섭외해 불펜 마운드를 MLB 수준으로 정비했다. 또 자체 운영 중인 식음매장에 외부 음식 반입을 일절 금지하는 원칙을 바꿔 선수단 한식 제공을 위한 케이터링 업체 출장도 가능토록 양보했다. 선수단이 시설 이용객과 겹치지 않게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구 과장은 "시설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었고, 경쟁도 심해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현지 답사 때 손 혁 단장님(당시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이 직접 스파이크를 신고 불펜에 오르는 등 도움을 주셔서 선수단 훈련이 가능토록 보강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 구단 구성원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캠프"라고 고개를 숙였다.
메사에서 1차 캠프 일정을 마무리한 한화는 25일(한국시각) 현지를 출발, 인천국제공항을 경유해 2차 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로 향한다.
메사(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