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산(미국 애리조나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아유, 보지 마세요(웃음)."
23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취재진과 만난 황대인(27·KIA 타이거즈)은 황급히 손을 뒤로 숨겼다.
그의 손은 성한 곳이 없었다. 곳곳이 벗겨져 있고,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 빠진 양쪽 엄지 손톱은 미처 자라나지 않아 속살이 보일 정도. 황대인은 "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다. 나보다 더 심한 형들도 있다"고 쑥쓰러운 듯 연신 손을 가렸다.
황대인은 2022시즌 KIA의 풀타임 1루수였다. 2015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그는 오랜 기간 백업 역할에 그쳤다. 지난해 김종국 감독으로부터 풀타임 1루수로 지목 받은 그는 129경기 타율 2할5푼6리(476타수 122안타), 14홈런 9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6의 커리어 하이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황대인은 만족하지 않는 눈치다. 그는 "많이 뛴 만큼 실패도 많았다. 좋았던 장면도 있지만, 나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수비는 항상 아쉽다. 타격 면에서도 중견수, 우익수 방향 장타가 없었다. 홈런 면에서도 적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냉정한 평가와 달리 KIA에 황대인은 없어설 안될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KIA 김종국 감독은 "황대인은 우리 팀의 분위기메이커"라고 큰 만족감을 드러낼 정도. 이에 대해 황대인은 "나 스스로 이렇게 안 하면 재미가 없다"며 "내가 나서면 스스로 즐겁기도 하지만, 팀 분위기도 산다"고 미소 지었다. MBTI검사 유형 중 자신의 성향을 ENFP라고 밝힌 황대인은 "사실 소극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연차 때는 항상 눈치를 보며 내 야구를 못했다"며 "스스로 많이 이야기 하고 자신감 있게 하자고 하면서 이렇게 됐다. 그러면서 MBTI 유형도 I에서 E로 바뀌더라"고 소개했다.
풀타임 시즌을 경험한 황대인에게 올 시즌 활약은 더 중요해졌다. 주전 1루수로 자리를 굳힐수도, 다시 경쟁 틈바구니에 낄 수도 있다. 황대인은 "아직 나는 주전이 아니다. 당연히 경쟁해야 한다"며 "지난해 풀타임을 경험하면서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고 흐름을 가져가야 하는 지를 알게 됐다. 상대 투수도 어떤 투수가 있는 지 기억할 수 있게 돼 올해는 좀 더 나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또 "작년 시즌 초반엔 득점권 상황이 내게 오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코치님이 '그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라. 네가 못해도 뒤에 좋은 선수 많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부터 부담 없이 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황대인은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투산(미국 애리조나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