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국 프로야구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등장한 이후 지금까지 좌완투수들이 지배해 왔다.
류현진 김광현(SSG 랜더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15년 이상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군림하며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전성기 시절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과 변화구 주무기를 앞세워 돈과 명예도 거머쥐었다. 비록 잠시나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을 포함하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는 꿈도 이뤘다.
류현진이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것과 달리 김광현과 양현종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뽑혀 건재를 알렸다. 그러나 30대 중반에 접어든 김광현과 양현종은 이번 WBC가 대표팀으론 마지막 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좌완 트로이크 시대가 저무는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완 선발투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일까. 긍정적으로 봐도 될 것 같다. 신호탄은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이 힘차게 쏘아올렸다. 안우진은 지난해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을 마크하며 MVP에 선정됐다. 2018년 입단해 풀타임 로테이션을 이제 한 번 소화했기 때문에 1~2년은 더 봐야 하겠지만, 현존 최고의 선발투수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
여기에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 역시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로 자리잡았다. 그는 지난해 27경기에 등판해 165⅓이닝을 투구해 10승8패, 평균자책점 3.92를 기록했다. 2년 연속 규정이닝에 두 자릿수 승수에 성공한 그는 WBC 대표팀에도 발탁돼 성장세를 인정받았다. 원태인과 함께 대표적인 우완 영건으로 지목받는 KT 위즈 소형준도 3년차였던 지난 시즌 27경기에서 171⅓이닝을 던져 13승6패, 평균자책점 3.05를 마크하며 어엿한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더욱이 이번에 WBC 태극마크를 달아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질 기회도 잡았다.
올해 24세의 안우진, 23세의 원태인, 21세의 소형준이 우완 트로이카를 형성하는 중이다. 류현진-김광현-양현종이 KBO리그를 함께 누빈 시즌이 2009년이었다. 당시 류현진이 22세, 김광현과 양현종은 21세이였으니, '안우진-원태인-소형준 시대'도 막 열렸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에 신예 우완 파이어볼러가 스프링캠프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차지명에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문동주다. 그는 지난 시즌 불펜과 선발을 합쳐 13경기에 나가 28⅔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했다. 공만 빨랐지 아직은 투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한화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다. 문동주는 지난 20일 WBC 네덜란드 대표팀과의 평가전에 선발로 등판해 2이닝 무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호투를 펼쳐 기대감을 높였다. 최고 156㎞, 평균 152㎞에 이르는 강속구를 뽐냈다. 한화의 5인 로테이션 한 자리는 따논 당상이고, 개막전 선발로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공이 빠른 '투수'가 돼가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 직구 평균 구속이 안우진은 153.4㎞였고, 문동주는 151.6㎞였다. 올시즌에는 구속 측면에서 문동주가 안우진을 따라잡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KBO리그에 제대로 던지는 강속구 투수가 등장한다는 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문동주가 태극마크를 달 기회는 올 가을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이다. 그러니까 올시즌 보여줘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안우진-원태인-소형준 트로이카에 신예 파이어볼러까지 KBO리그 마운드를 우완 에이스들이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