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2년 연속 10승, 아무나 하는 거 아닙니다. 팀도 한화 이글스였잖아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서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야구팬들의 시선은 한일전에 쏠려있지만, 이강철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의 생각은 다르다. 이 감독은 공식 엔트리를 발표하기 전부터 "호주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대회 첫 경기라는 점 외에도, 일본과 더불어 본선 2라운드(8강)에 진출할 남은 한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이다.
역대 최고 멤버를 꾸렸다고 자부하는 일본 상대로는 두 팀 모두 어렵긴 마찬가지다. 호주가 체코나 중국보다 확실히 전력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한국과 호주는 서로를 '8강 진출을 위한 1승 제물'로 보는 관계다.
전보다 전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게 야구계의 평가다. 오히려 첫 경기인 만큼 마음편히 전력투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지난 3, 4회 대회때 한국에게 좌절을 안긴 팀은 전력분석 레이더 밖에 있던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이었다. 마이너리거 위주의 팀인 만큼 분석이 쉽지 않았고, 경계심도 옅었다. 이번 대회 호주를 향한 시선에서 긴장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제한투구수 65구의 선발이 언제까지 던져줄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서로 낯선 투수를 상대하는 만큼, 점수가 많이 나기보단 막판 1,2점 싸움이 되지 않겠냐는 예측이 우세하다.
호주도 한국전에 총력전을 펼친다고 보면, 선발투수는 한화에서 뛰었던 워윅 서폴드가 유력하다. 서폴드는 2019~2020년 2시즌 뛰면서 59경기 357⅓이닝을 소화했다. 22승24패(완봉 1) 평균자책점은 4.16이었다.
특히 첫 시즌보다 두번째 시즌에는 타팀들의 전력분석에 고전했다는 평가. 압도적인 직구보다는 140㎞대 초중반의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다.
호주야구리그(ABL) 퍼스 히트에서 뛰고 있는 서폴드는 질롱코리아전에서 한국 시절 친했던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서로 잘 아는 입장에선 한국 쪽이 유리할 거란 분석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서로가 1승이 간절하다. 일본이 우리를 두려워하는 만큼, 우리 입장에선 호주가 그래서 무섭다"면서도 "국제대회에서 우리 투수들이 못 던져서 지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시기상 타자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힘든 대회다. 특히 장타 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폴드는 절대 상대하기 쉬운 투수가 아니다. 2년 연속 10승을 올렸다는 자체가 좋은 투수란 증거다. 메이저리거 데려와도 시즌 도중에 퇴출되는 경우가 있지 않나"라며 "만약 한화가 아닌 상위권 팀, 또 내야 수비가 더 좋은 팀에서 뛰었다면 더 보호받고 더 좋은 성적을 냈을 선수다. 조시 린드블럼(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 이적)을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결국 태극마크의 성과는 조직력에 달렸다. 전임이 아닌 프로팀 사령탑의 입장에서 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