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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대게, 대게 대게 맛있네…이현세 품은 마을도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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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수고로운 여행지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출발해도 도착까지 최소 2~3시간이 소요된다. 가는 길에는 특별한 볼거리도 없다. 산과 나무뿐이다. 경상북도 울진의 첫인상은 딱 이렇다. 그런데 바다가 보이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졌다. 탁 트인 바다는 그동안 피로를 녹이기에 충분하다. 다시 뛰기 시작하는 심장소리에 스치듯 지나쳤던 산과 나무도 눈에 들어온다. 하늘로 솟아오른 금강송, 추운 겨울에도 선명한 녹색을 유지하고 있는 산의 풍경은 현대사회에 지친 눈의 피로 영양제다. 건강한 여행이 시작됐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겼다면 먹는 즐거움도 느낄 차례다. 화려하지 않지만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울진으로 떠나보자.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2월23일~26일, 붉은대게축제 진행

어차피 한 번은 가봐야 할 울진이라면 2월 말 떠나는 것을 추천한다. 울진의 다른 이름인 '대게'가 멋과 맛을 뽐낼 시기다. 대게, 붉은대게 모두 속살이 꽉 차오른다고 하니 전국 미식가들이 앞다퉈 찾는다. 게다가 2월 말이면 울진군에서 매년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를 진행한다.

2023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는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울진대게와 쫄깃하고 담백한 풍미의 붉은대게는 과거 임금님 진상품으로 사용될 만큼 겨울철 별미 중 별미로 꼽힌다.

메인무대인 왕돌초 광장에서는 다양한 대게 주제 행사프로그램이 펼쳐진다.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 등 공연 프로그램과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등 대게 주제 상설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관광객 참여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된다.

축제의 또 하나의 주인공인 붉은대게는 가공식품으로도 많이 판매되는데, 후포항 인근에는 붉은대게 가공공장이 많다. 붉은대게를 재료로 만든 다양한 가공식품에 대한 무료시식도 진행된다.

여기에서 여행 팁 하나. 울진은 대게 생산량 1위를 자랑하는 곳이다. 대게는 또 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릿마디가 마른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 최상품은 박달대게다.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경매가도 한 마리에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 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대게 이웃사촌으로 흔히 홍게라고 알려진 붉은대게는 생김새가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강하다. 심해에서 잡히는 붉은대게는 껍질이 단단하다.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다면 대게보다 붉은대게로 눈을 돌려보자. 대게 보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지만 맛은 뒤처짐이 없다. 대게가 단맛이 뛰어나다면, 붉은대게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담백함과 짭쪼름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일부러 붉은대게를 찾는다고 한다. 울진을 방문했다면 이른 아침 후포항 어판장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연근해에서 잡아 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경매장 구경도 후포항을 찾는 볼거리 중 하나다.

▶'외인구단부터 남벌까지' 매화마을 벽화거리

매화리 벽화마을에는 특별한 벽화거리가 있다. 단순한 벽화가 아닌 이현세 만화가의 대표작품들이 곳곳을 채웠다. 이현세 만화가 부모님의 고향인 동시에 1960년~1980년 태어난 이들에겐 옛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웹툰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이색적인 느낌을 전달한다.

매화마을은 작가의 작품사용권을 공식 승인 받아 담장에 그림을 그려 벽화마을을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2017년 12월 매화면사무소에서 매화복지회관에 이르는 250미터의 벽에 50컷의 그림이 완성되었다. 매화마을의 자랑인 매화 만화도서관은 이현세 만화 속 장면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이현세 작가의 작품과 작가가 직접 추천한 책 1500여 권이 소장되어 있어 방문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편안하게 만화를 볼 수 있다.

▶거북이 목을 찾아라 '불영사'

불영사는 울진에서 봉화 방향으로 국도 36호선을 따라 태백산맥을 넘기 전 불영사계곡이 시작하는 곳에 있다. 불영사로 가는 1km 남짓한 흙길은 불영사계곡의 비경과 울창한 금강송림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99곳' 중 하나다. 불영사는 여성 스님만 있는 비구니 사찰로 부처 형상의 바위 그림자가 연못에 비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불영사에 들어서면 두 마리의 돌 거북이가 대웅보전을 힘겹게 떠받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이어서 불기운을 누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웅보전 입구 아랫부분에 거북이 목이 있고, 몸통은 대웅보전 안에 숨겨져 있다고 하니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불영사는 스님이 직접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어 내는 사찰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사찰음식은 파, 마늘 등 오신채(五辛菜)가 안 들어가고 무공해 채소로 만들어 마음과 몸을 편안하게 해준다.

불영사에는 오랜 역사만큼이나 문화재가 많다. 지정된 문화재로 불영사 응진전(보물 제730호), 불영사 대웅보전(보물 제1201호), 불영사 영산회상도(보물 제1272호), 불영사 삼층석탑(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35호), 양성당 부도(문화재자료 제162호), 불영사 불연(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7호), 불영사 불패(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98호)가 있다.

불영사를 방문했다면 불영사계곡을 둘러보는 게 좋다.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 푸른 물이 절경이다. 불영계곡은 봄에는 연둣빛으로, 여름에는 짙은 초록빛과 가을에는 울긋불긋 형형색색으로, 겨울은 하얀색으로 온 세상이 물든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을 만큼 진경을 자랑해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 따라 절경이 이어진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경우 불영계곡휴게소(울진읍 불영계곡로 2758, 울진읍 대흥리 75)로 찾아가면 된다.

▶'힐링 명소' 금강송 속으로 '에코리움'

울진군 서면 소광리는 국내에서 가장 멋스러운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여의도보다 8배나 큰 1800ha의 면적에 수령 200년이 넘은 8만 그루의 금강송이 기운차게 하늘로 솟아올랐다. 소광천이 흘러내리는 백병산과 삿갓재 기슭에 자리한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22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과 '생태관광자원 분야의 2012 한국관광의 별' 등에 선정됐다.

경북 영주에서 봉화를 거쳐 울진으로 넘어가는 36번 국도에서 좌회전하여 917번 지방도로 접어든 후에도 포장된 길과 비포장길을 합쳐 15km를 더 들어가야 금강송 숲을 만날 수 있다.

울진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의 관리주체는 남부지방산림청이다. 1982년 산림청에서 금강송 군락지를 산림유전자원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해오고 있지만, 숲 관리에 대한 역사를 따지자면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조선 숙종 6년(1680)부터 이 숲을 관리하기 시작했으니 햇수만 따져도 300년이 훌쩍 넘었다. 금강송이 조선 왕실에 의해 특별대우를 받은 이유는 목재가 우수해서다. 다른 소나무에 비해 나이테가 3배 더 촘촘한 까닭에 단단하고 뒤틀림이 없는 데다 송진이 적어 쉽게 썩지 않는다. 궁궐 건축에 금강송이 사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강송 군락지 입구에서 임도를 따라 오른 후 숲으로 내려오는 길은 빠르게 걷는다면 1시간 30분 정도, 금강송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걸으면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다만 인터넷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출입이 가능하다. 예약은 사단법인 금강소나무숲길 홈페이지에서 가능하고, 구간별로 하루에 80명까지 신청을 받는다. 숲 해설가를 동반하지 않으면 탐방을 할 수 없다. 현재는 4월 말까지 산불 예방 기간으로 입산이 통제되고 있다. 2월에 방문할 예정이라면 숲길 탐방 대신 금강송 에코리움을 찾으면 된다. 금강송에 관련한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고, 과거 울진군 주민의 산속 생활 등도 볼 수 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