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조동화 수비코치가 열심히 내야로 땅볼 펑고를 날린다. 그런데 서있는 선수들은 외야수들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14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 차려진 SSG 랜더스의 스프링캠프. 외야수들이 특별한 훈련을 했다. 바로 내야 펑고 훈련이다. 최고참 추신수와 김강민은 1루수 자리에, 새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2루수 자리에, 한동민은 유격수 자리에, 하재훈과 오태곤은 3루수 자리에 각각 서서 한참 동안이나 펑고를 받았다.
자비는 없었다. 조동화 코치는 쉬지 않고 1루부터 3루까지 골고루 빠르고 정확한 땅볼 타구를 날렸고, 선수들은 몸을 날려가면서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는 연습을 했다. 상당히 이색적인 훈련이다. 외야수들이 내야에서 땅볼 펑고를 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중계 플레이 대비 겸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이뤄졌다. 평소에 잘 하지 않는 낯선 훈련을 하면서, 필드 위에서는 웃음이 넘쳐났다. 선수들은 서로를 칭찬하고, 또 포구에 실패할 때는 야유도 했다.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베테랑들도 열심히 참여했다. 추신수는 1루에서 여러 차례 '나이스 캐치'를 보여줬다. 조동화 코치는 "1루수로 전향해도 되겠다"며 독려를 아끼지 않았다. 한유섬도 좋은 송구를 하자 주위에서 "부산고 3루수 한동민(개명전 이름)"이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표적'은 하재훈이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타자로 재전향한 하재훈은 출장 기회가 적었던 탓에 수비에도 스스로 슬럼프를 겪었었다. 그 때문인지 조동화 코치는 외야수들이 하나둘씩 목표 펑고 개수를 채우고 자리를 떠나는데도 가장 마지막까지 하재훈에게 타구를 날렸다. 하재훈은 투덜대면서도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하재훈은 "아마 제가 (타자를)쉬었던 만큼 많이 시키셨나 보다"라며 훈련 종료 후 힘든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을 지켜본 김원형 감독은 "우리 코치들은 정말 캠프 분위기를 좋게 잘 만들어준다"며 박수를 보냈다. 김 감독은 "옛날에는 저렇게 하면 '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열심히 하고, 즐겁게 웃으면서 훈련을 하면서도 힘들게 운동이 된다. 그게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거다. 지도자들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며 코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