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미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하나 된 힘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루고 싶다. 우리의 시간이 왔다."
래리 서튼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지난 3년간 몸을 낮추고 때를 기다려온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3명의 FA가 더해졌다. 애지중지 키워온 유망주들의 잠재력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서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매일밤 하나가 되어 싸워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야구는 세밀한 스포츠다. 파트별 훈련이 많다. 개인 스포츠의 성격을 가진 팀 스포츠다. '원팀'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꼽자면 부상과 기복이었다. 올해는 우리 선수들이 철저한 루틴과 강도높은 노력을 통해 부상 없이. 꾸준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근 5년간 롯데의 순위는 7-10-7-8-8위였다. 래리 서튼 감독은 2020년 2군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래 롯데에서 4년째 시즌이다. 2년차 시즌 도중 갑작스럽게 1군 사령탑으로 보직 이동했고, 스프링캠프부터 풀타임으로 지휘하는 두번째 시즌이다.
언제나 한발 물러선 위치에서 조심스럽게 말해왔던 서튼 감독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는 "최근 10년간 롯데는 완성도가 높지 않은 팀이었다. 올해는 다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 3년간 충실하게 토대를 다졌다. 스카우트팀, 육성팀, 전력분석팀도 착실하게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오늘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성장한 어린 선수들의 운동신경, 팀의 중심을 이루는 베테랑들의 리더십이 어우러질 시즌이다. 여기에 FA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퍼즐을 맞췄다. 이제 시간이 됐다. 롯데는 모두를 놀라게 할 준비가 끝났다."
캠프 내내 롯데 선수들은 김현욱 트레이닝코치의 지휘 하에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중이다. 이제 다음주부터는 연습경기를 치러야한다.
서튼 감독은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우리 선수들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훈련 강도도 올리고 양도 늘렸다. 몸만큼이나 강한 멘털도 필요하다"면서 "라이브 피칭을 보면, 힘든 와중에도 투수들은 스트라이크를, 타자들은 질좋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FA로 합류한 유강남과 노진혁, 한현희는 오래전부터 롯데에서 뛰어온 선수들마냥 끈끈하게 녹아든 상황. "돈이 아깝지 않은 FA의 예시가 될 것"이란 찬사도 던졌다. 차우찬 김상수 신정락 윤명준 등 투수들과 안권수를 비롯한 야수들도 추가됐다. 연습 때마다 격의없이 어울리는 것은 물론 인상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고.
더이상 이대호는 없다. 하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중인 한동희는 롯데의 간판타자가 될 선수다. 서튼 감독은 "최 정(SSG 랜더스)만큼이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3루수가 될 선수다. 작년까진 수비에 약점을 보였다. 올해는 다를 거다. 멀티포지션으로 유연성을 더하겠지만, 3루수 골든글러브를 탈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대 유니콘스에서 뛰던 선수 시절 서튼은 젠틀하고 성실한 선수로 유명했다. 반면 당시 현대 사령탑이었던 김재박 전 감독은 '그라운드의 여우'로 불렸다. 서튼 감독은 스스로를 '스토익(stoic)'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 기초를 뜻한다. 그는 "우리 딸들은 나를 '바위'라고 부른다. 그 말대로 나는 단단하고 우직한 사람"이라며 웃었다. "지고 있을 때 초조해하지 않고, 이기고 있을 흥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롯데는 지난 3년간 많은 성장을 이뤘다. 챔피언십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나도 그 일원으로서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룬 것이 만족스럽다. 난 롯데를 챔피언십으로 이끈 많은 사람 중의 한 명으로 기억되고 싶다. 더이상 롯데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괌(미국)=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