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미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생각보다 잘 뛰더라. 올해 롯데의 우승 도전에 분명히 도움이 될 선수라고 본다."
베테랑 차우찬(36)을 향한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 라이온즈 왕조의 핵심이었다. 4년 95억원, 당시 기준 투수 FA 역대 최고액을 자랑하는 선발투수였다. 선발도 불펜도, 사령탑의 지시에 맞춰 잘 소화해냈다. 무엇보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내구성의 소유자였다. 2017~2019년 3년간 무려 541이닝을 투구하며 3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LG 트윈스의 기둥이었다. 부상 후유증에도 다시 3년 20억원의 FA 계약이 이뤄진 이유다.
1일 출발한 스프링캠프 본대보다 열흘 먼저 선발대로 괌에 도착했다.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따뜻한 날씨에서 순조롭게 운동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도 운동능력은 롯데 선수단 내에서 손꼽힌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후배들보다 잘 뛰고, 민첩하게 움직인다.
다만 어깨가 문제다. 차우찬은 2020시즌 후 어깨 통증으로 시즌아웃됐고, 도쿄올림픽을 앞둔 2021년 봄 잠시 복귀해 국가대표로 뛴 뒤 다시 시즌아웃됐다. 어깨 근육 파열, 관절와순 손상이란 참혹한 진단이 뒤따랐다.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에 전념했지만, 결국 LG를 떠나야했다. 이후 마지막 도전을 다짐하며 연봉 5000만원이란 사실상의 최저 연봉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 선수단은 잠재력이 넘치지만 아직 젊다. 그 아쉬운 부분, 노하우를 채워주길 바라는 게 차우찬을 비롯한 베테랑들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결국 차우찬의 어깨가 언제 회복되느냐에 달렸다. 삼성 시절부터 차우찬과 오랫동안 함께 해온 허삼영 롯데 전력분석 코디네이터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 시즌은 길다. 분명 팀이 고비를 맞이하는 순간이 올 거다. 그때 베테랑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주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복귀 시기를 특정지을 수 없는 단계다. 그래도 조금씩 훈련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통증만 없으면 자신의 역할을 할 선수라는 데는 야구 관계자들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방출 직후 3~4개 팀의 경쟁이 펼쳐졌을 정도다.
그 순간이 올시즌이 될 수 있을까. 노진혁 유강남 한현희까지 3명의 FA를 영입한 롯데는 은퇴한 이대호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5년만의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강도높은 훈련을 소화하다보니 차우찬이 입술이 많이 터졌더라. 이런 모습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만큼 스스로도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안타까운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차우찬은 부활할 수 있을까.
괌(미국)=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