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뉴욕 양키스에서 10년을 함께 뛴 데릭 지터와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해설위원으로 다시 한 팀이 됐다.
FOX스포츠는 13일(한국시각) 슈퍼볼 전야제를 진행하던 중 "지터가 올시즌 스튜디오 중계 방송팀의 일원이 된다"고 발표했다.
이날 방송에는 A로드가 출연해 지터에게 FOX스포츠 야구 유니폼을 건넨 뒤 함께 포옹을 나눴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전설적인 거포 데이빗 오티스와 진행자 케빈 버크하트도 함께 지터를 반겼다.
지터는 "작년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월드시리즈에서 오티스가 우승 반지를 보여주며 자랑했는데, 그때 '내가 저기 중계팀에 가면 오티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농담을 던지며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가 오티스는 2개지만, 자신은 5개라는 걸 과시한 것이다.
팬들의 관심은 지터와 A로드의 재결합에 쏠린다. 왜냐하면 둘은 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까지 메이저리그 아이콘이면서, 2004~2013년까지 정확히 10년 동안 뉴욕 양키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이다. 지터는 2014년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는데, 그해 지터는 금지약물 관련 징계를 받느라 시즌을 통째로 결장해 2013년이 실질적으로 둘이 함께 한 마지막 시즌이다.
1996년 신인왕에 오른 지터는 2000년까지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A로드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40홈런-40도루를 달성하며 최고의 호타준족 유격수로 등극하는 등 2000년 전후를 풍미했다.
그런데 둘은 2001년부터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A로드가 그해 봄 남성 잡지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지터를 깎아내리는 듯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2001년 4월 발행본에서 A로드는 "지터는 주변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복을 타고 난 것이다. 그는 2번 타순에서 치는 건 3번, 4번 타순과는 완전히 다르다. 양키스와 경기를 하면 버니(윌리엄스)와 (폴)오닐이 까다롭지, 누구도 '데릭한테 지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사람들의 관심사가 아니다"라고 한 것이다.
지터는 당시 양키스의 주전 유격수이자 붙박이 2번 타자로 찬스를 만들고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2000년 양키스 상위 및 중심 타선은 주로 척 노블락-지터-오닐-윌리엄스-티노 마르티네스 순이었다. A로드의 말은 지터가 뒷타자 오닐과 윌리엄스의 보호를 받는 덕분에 3할 타율과 200안타, 100득점 이상을 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A로드의 인터뷰 내용을 뒤늦게 들은 지터는 당시 기자들에게 "오늘 밤 A로드에게 물어보고 왜 그랬는지 알려주겠다"며 황당해했다.
그런데 A로드는 앞서 그해 1월 ESPN 라디오에 출연해 "지터가 내 계약 조건을 넘어설 수는 없다"며 "지터는 파워히터도 아니고 수비도 나보다 못하다"며 지터를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그게 둘이 갈라진 시발점이었다고 한다.
두 선수는 그해 오프시즌서 나란히 10년 장기계약을 맺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A로드가 텍사스와 10년 2억5200만달러에 역사적인 FA 계약을 한 직후 지터는 양키스와 10년 1억890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해 3월 4일자에서 보도에서 'A로드의 발언이 타당하다고 해도 한 선수가 다른 선수의 시장 가치를 공개적으로 저평가하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했다.
지터는 A로드의 ESPN 라디오 인터뷰가 공개된 직후 "개의치 않는다. 오랫동안 그를 아는데, 분명히 좋은 말은 아니지만, 그가 나쁜 의도는 없었다고 하니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우리는 친하다. 다른 팀에서 뛰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는 않지만, 그는 나의 좋은 친구"라고 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터는 A로드의 진심을 믿었지만, 에스콰이어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그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며 우정 관계를 청산했다. 이후 A로드가 양키스에 합류한 뒤 큰 불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ESPN은 이와 관련해 이날 '둘은 그 일을 과거로 묻어버린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세월이 20년이 넘게 흘렀다. 지터는 지난해 A로드가 진행하는 ESPN '선데이 나잇 베이스볼'에 출연해 "우리 둘은 얘기를 나누면서 오해를 풀었다"고 밝혔다. 정말 풀었을까.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