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대표팀에 뽑힌 것에 보답을 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어요.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어요."
SSG 랜더스 최 정은 이번 WBC 대표팀 내 유일한 전문 3루수다. 승선이 유력했던 허경민(두산)이 부상 여파로 고사하면서, 전문 3루수는 최 정 한명 뿐이다. 물론 이강철 감독은 대안을 가지고 있다. 김하성(샌디에이고) 등 3루 수비가 가능한 내야수들을 상황에 따라 기용할 생각이다. 물론 전문 3루수이자 여전히 3루수로써 최고의 수비 기량을 가지고 있는 최 정이 좋은 활약을 펼쳐주는 게 베스트다.
최 정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 하자마자 3루수가 나 한명 뿐인 걸 보고, 바로 기사가 나겠구나 했는데 정말 기사가 나더라"며 웃었다. 웃었지만 울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예전에는 대표팀에 나가면 (같은 3루수인) 황재균, 허경민과 함께 '오늘은 네가 좋으니까 나가' 이러면서 농담도 하고, 의지도 했는데 이번에는 아니라서 아쉽다"는 최 정은 동기인 박병호(KT)와 함께 최고참으로써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 대표팀이라는 생각 보다도 그냥 대표팀에 뽑힌 것에 보담을 해야 한다.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좋은 활약을 해야한다는 그 생각밖에 없다. 정말 그 생각밖에 없다"고 이야기 했다.
평소에는 표정이나 말로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최 정이지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최 정은 "기사에 '각오가 남다르다'고 써주시라"고 웃으면서 "부담이 사실 엄청 크다. 엄청 나다. 가가뜩이나 제가 대표팀에 가서 잘 한 기억도 없는데, 이번에는 진짜 잘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솔직히 전문 3루수가 저 한명인데, 다른 선수들이 할 수도 있지만 제가 빠지면 경기에 못나가고 경기를 못 뛰지 않겠나. 멀티 포지션이 되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까 팀에 도움이 안되고, 응원이나 하고 있을 것 같다. 지명타자는 (강)백호나 저보다 잘 치는 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제가 못하게 되면 너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잘하고 싶다. 그게 저의 솔직한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최 정의 WBC 출전은 2013년 대회 이후 10년만이다. 최 정은 "첫 대회였던 2009년에는 준우승을 했으니까 너무 재밌었고, 좋은 기억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2013년(1라운드 탈락)에는 어떤 경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라면서 "이번에는 꼭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최 정의 눈빛이 변했다.
베로비치(미국 플로리다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