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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위한 헌신을 존경" 고개 숙인 최고루키와 No.11, 반성과 용서의 기준[SC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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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최고의 주목과 기대를 받았던 신인 선수. 이미지 추락은 한순간이었다.

공개될 거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SNS 글 한 줄이 몰고온 후폭풍. 상상 이상이었다.

한화 루키 투수 김서현(19). 생애 최악의 나흘을 보내고 11일(한국시각)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의 벨뱅크 파크에 모인 취재진 앞에 섰다.

김서현은 "이번 일로 정말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정말 너무 죄송하다"며 "팬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실망만 끼쳐드려 너무나 죄송하다. 지금 훈련 열심히 하고 계시는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도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고 반성하며 사과했다. 이어 "훈련에서 제외된 동안에 선배님들과 코치님들께 좋은 말씀을 많이 들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 조언들을 계속 생각했고, 더 많이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야구선수 이전에 기본이 돼 있고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논란 이후 그는 모든 선배들을 일일이 찾아가 고개 숙여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선배들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고, 깨달은 점이 많았고. SNS도 최대한 멀리하겠다"고 구단 측에 전했다.

주장이자 최고참 정우람은 "한번 실수했으니 많이 달라져야 하고, 더 노력하고 더 성숙해지고 더 열심히 훈련해야 한다"며 "우리는 팬들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들이고, 팬들은 정말 소중한 존재"라고 홍역을 치른 막내를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던졌다. 김서현은 "그 말씀을 듣고 내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을 했다고 느꼈고, 뼈저리게 반성했다. 앞으로 팬분들의 고마움을 가슴에 새기고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김서현은 한달 여 전인 지난달 12일 대전 컨벤션센터에 열린 신인오리엔테이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글러브에 새긴 '11번 논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글러브 때문에 논란이 됐더라. (한화에서) 등번호를 달기 전에 달았던 좋아하는 번호여서 새겼는데, 사람들한테서 연락이 올 정도인지 몰랐다. 그래서 새로 맞춘 글러브에는 시상식 때 이야기 한 롤모델 구대성 선배님 번호인 15번을 새겼다"고 설명했다. 우상인 대선배 최동원에 대한 동경으로 새긴 11번으로 뜻하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음을 암시하는 대목. 이번 SNS 논란에도 그 부분에 대한 푸념이 있다.

김서현은 최동원 선배를 으뜸 롤모델로 삼게 된 이유에 대해 "최동원 선배님은 옛날에 경기하는 걸 많이 찾아봤는데 팀을 위해서 던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팀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불살랐던 전설의 아이콘을 본 받고 싶은 새내기.

모자에 적고 나온 수베로 감독이 말한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란 문구를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반성과 용서의 출발점은 자신이 닮고 싶은 우상처럼 매 순간 팀을 우선시 하는, 팀을 위한 헌신이 돼야 한다. 그 안에서 오랜 시간 진정성 있게 노력해야 바닥으로 추락한 이미지, 그리고 추락한 신뢰를 한걸음씩 회복할 수 있다. 이미지 추락은 한순간이지만 회복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오염된 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정화되는 이치와 같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하고 성인 무대인 프로리그에 입문하는 어린 선수. 철 없는 행동을 했지만 반성할 기회 없이 짐을 싸 한국으로 돌려보내야 할 정도의 문제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생채기를 앞으로, 어떻게 회복해 가느냐 하는 점이다.

상처를 입히고, 누를 끼친 팀 동료와 팬들, 무엇보다 사흘간 악몽 같은 비난 속에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마음을 향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이느냐다. 이는 결코 야구 잘하는 것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 열아홉 어린 선수가 꿈꾸는 '좋은 선수, 위대한 선수'가 될 기회는 충분히 열려 있다.

이번 파문이 직업 야구선수로서 첫 걸음을 앞둔 김서현의 열린 미래를 건강하게 가꿔줄 쓴 약이 되기를 바란다. 야구계도 이제는 조금 너그러운 마음으로 어린 선수의 달라진 모습을 지켜봐 줘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