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영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9일(한국시각), 영국 북런던 엔필드에 위치한 토트넘 트레이닝센터 '홋스퍼 웨이'에서 레스터시티전 사전 기자회견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훈련장 입구에는 크게 네 그룹이 퇴근하는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 손흥민 얼굴이 새겨진 머플러를 두른 한 여성팬에게 눈길이 갔다. 한국말로 대화를 하고 있기에 손흥민 팬이냐고 우리말로 묻자 "한국 사람 아니에요"라고 답한다.
사연을 알고 보니 이 여성은 홍콩에서 온 토트넘팬이었다. 엔젤(27)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팬은 1년 반 전 유럽 여행을 왔다가 일을 구해 런던에 정착했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열렬한 팬이고, 그중에서 대한민국 에이스 손흥민을 좋아한다고 했다. '손흥민 머플러'를 입고 유튜브로 한국어를 공부한 걸 보면 한국 기자를 위한 '립서비스'는 아닌 것 같았다. 엔젤은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손흥민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라며 휴대전화 배경화면도 보여줬다.
그 사연부터 묻자, "아침에 일어났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손흥민이 공항에 간다는 정보를 발견했다. 부랴부랴 공항으로 이동해 늦지 않게 손흥민을 만나 셀피를 요청했다"며 좀체 만나기 힘든 토트넘의 슈퍼스타와 사진 촬영에 성공한 스토리를 들려줬다.
'영국에 사는 홍콩팬'은 왜 손흥민이 좋을까. 먼저 "잘생겨서"라고 웃으며 말한 엔젤은 검지 손가락으로 발쪽을 가리키며 "굿 스킬(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애티튜드(태도)도 좋다"고 답했다.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으로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엔젤은 "홍콩과 대만 사람들, 손흥민 좋아해요"라고 덧붙여 말했다.
엔젤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홋스퍼 웨이' 방문이 처음인 한국팬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언제 왔는지, 언제 가는지 등 배경 취재(?)를 하고, 선수들이 어떤 차를 타는지 등 '고급정보'를 아낌없이 전달했다. 특정 선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뒷면에는 사인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국룰'도 설명했다.
엔젤 덕에 한국팬들은 어렵지 않게 크리스티안 로메로, 히샬리송, 자펫 탕강가 등 토트넘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고 셀카를 찍을 수 있었다. 궁극적인 목적인 '손흥민 사인' 미션은 아쉽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한국팬들은 '친절한 히샬리송씨'의 친절한 응대에 만족해했다. 엔젤은 AC밀란 원정경기(15일) 입장권은 무척 비싸지만, 홈경기(3월 9일) 입장권은 55파운드(약 8만4160원)라면서 그날 경기장을 찾아 손흥민을 응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런던(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