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고양 캐롯의 이번 시즌 트레이드 마크는 3점슛이다. 과거에도 수원 KT 등이 3점슛을 많이 던지며 '양궁농구'라고 불렸지만, 이번시즌의 캐롯은 아예 차원이 다르다. 2점슛 시도보다 3점슛 시도가 더 많다.
'생존'을 위한 김승기 감독의 고육지책이었다. 포워드 경쟁력이 약한 상황에서 그나마 선수들이 가진 장점이라도 극대화시키려고, 3점슛을 적극 권장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주어진 상황이 열악하더라도, 불평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캐롯의 3점슛에는 '꺽이지 않는 의지'가 담겨 있다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캐롯이 던지는 3점슛에는 또 다른 의미도 실리게 됐다. 바로 '구단의 미래를 살리는 3점슛'이 됐다. 모기업 역할을 하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재정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자금 지원이 중단되어 버렸다. 결국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의 급여 지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지연 지급됐다. 허 재 대표이사와 재무담당 대표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중이다. 새로 구단을 인수할 회사와도 적극적으로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외부 상황은 선수들의 경기 집중력을 흐트러트릴 수 있다. 하지만 김 감독과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해 집중하며 좋은 경기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3점슛을 잘 던져 팀이 좋은 성적을 내면 재정이 탄탄한 기업이 좋은 조건에 팀을 인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담겨 있다.
이렇게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담은 캐롯의 3점포가 또 승전보를 울렸다. 캐롯은 10일 홈구장인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수원 KT전에서 12개의 3점슛을 앞세워 83대67로 승리했다. 이날 역시 2점슛 시도(32회)보다 3점슛 시도(37회)가 많았다. 과거 '양궁농구'를 먼저 보여줬했던 KT도 8개의 3점슛을 성공했지만, 캐롯의 기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캐롯은 전반에만 3점슛 7개를 성공하며 52-42, 10점 앞섰다. 이 격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았다. 이정현이 3점슛 4개를 앞세워 16점을 올렸고, 디드릭 로슨도 22득점-9리바운드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날 승리로 캐롯은 21승(19패)째를 기록하며 6위 전주 KCC와의 격차를 3경기로 벌리고 5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KT는 2연패.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