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2020년 12월. 프로야구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삼성 내야수 신동수의 SNS 막말 파문. 비공개 계정이 캡처본으로 공개되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선수로부터 조롱의 대상이 된 코치는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도 뒤에서 욕 먹는데 그럴 수 있다"고 감싸면서 "다만 선수에게 내 마음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이번에는 소속팀 코치를 비난하는 한 신인 선수의 SNS 글로 시끌벅적 하다.
신인 전체 1순위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루키 투수 김서현(19)이 불명예의 주인공. SNS 비공개 부계정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소속팀 코치를 비난한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며 물의를 빚고 있다.
물론 이번 사안은 신동수 파문과는 결이 다르다. 신동수는 당시 코치를 노골적으로 조롱했을 뿐 아니라 동료 선후배, 팬을 비하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용인받기 힘든 수준의 글을 남겨 큰 충격을 던졌다.
김서현의 경우 코치에 대한 불만을 비공개 부계정에 뒷담화 수준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일기 쓰듯 푸념한 글이 의도치 않게 유출이 되면서 결과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글이 공개되면서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어린 선수가 어려워야 할 소속팀 코치를 향해 적절치 못한 표현과 함께 불만을 쏟아냈다는 점이 충격과 함께 놀라움을 던지고 있다.
한화 구단은 자체 조사를 벌여 김서현이 직접 쓴 게시물인 것을 확인한 뒤 애리조나 캠프에 참가중인 선수에게 사흘간 근신 조치를 내렸다.
"김서현 선수가 SNS에 팬에 대한 결례 등의 부적절한 글을 게시해 사흘 간 단체훈련에서 제외했다"고 밝힌 한화 구단은 벌금 등 자체 징계를 확정했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린 김서현이 이번 실수를 통해 배우고 깨닫는 것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프런트와 소통해 징계를 결정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은퇴 스타들이 기피하는 프로야구 코치. 갈수록 극한직업이 되고 있다.
과거 많은 은퇴 스타들의 수순은 당연한 듯 지도자 입문으로 이어졌다. 짧은 연수를 받고 코치로 입문해 드물게 감독의 꿈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트렌드가 달라졌다. 많은 은퇴 스타들이 현장 대신 방송으로 향한다. 해설자가 되거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초보 코치보다 훨씬 많은 수입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특급 FA 선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코치 연봉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은퇴 후 지도자로 입문하는 초보 코치의 연봉은 박봉이다. 여기에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매년 계약이 갱신되는 임시직이다. 성적과 감독 교체에 따라 의지와 관계없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 게다가 연고가 없는 지방구단으로 갈 경우 상황에 따라 가족과 떨어져 나 홀로 생활을 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퇴 선수는 "솔직히 그 돈을 받고 코치를 하기는 힘들다. 처우도 문제지만 언제 짤릴 지 모르는 거 아니냐. 선수들과 예전 같은 관계도 아니다"라고 현장 입문에 회의적으로 이야기 했다.
대우도 박한데 보람도 예전 같지 않다. 스승에 대한 존중이 크게 약해진 탓이다.
선수들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아카데미를 통해 야구 사교육을 받고 자란다. 유튜브 등 국내외 각종 이론 영상도 수두룩 하다. 여러 다양한 루트를 통해 자신의 타격과 피칭 이론을 정립한다. 절대적이었던 과거와 달리 현장 코치들의 권위가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야구 잘하는 일부 특급 고교 선수들은 프로 입단 전부터 각종 언론의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한껏 우쭐해져 '내 방식이 최고'라는 닫힌 마음을 가지고 프로에 입문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제 막 프로에 온 어린 선수들도 가르치기가 쉽지 않다"는 현장 코치들의 푸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이 모든 어긋남이 선수 만의 잘못은 아니다. 실력이나 선수를 대하는 태도 등 프로답지 못한 코치들도 일부 있다. 선후배 문화가 크게 다른 시대에 살았던 코치와 선수 간 세대 차이에서 오는 간극도 불협화음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야구 현장 지도자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려고 애쓴다. 과거 권위적인 지도방식을 고수하는 코치들은 보기 드물다. 선수 평가도 코치 재계약에 있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존중이 사라진 스승 제자 사이에 배움도 희석되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