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젖히기 전법은 경륜 전법 중 백미로 꼽힌다.
스포츠 경기에서 가장 짜릿하다는 역전승을 경륜에서는 젖히기 승부로 볼 수 있다. 젖히기 전법은 마지막 바퀴 1~3코너 구간에서 순간적인 가속도로 단숨에 앞 선수 또는 선두 선수들을 추월하는 기술을 말한다. 경주 중 경쟁상대가 타협을 거부하거나 시속이 밋밋하다면 언제든 젖히기가 나올 수 있다.
젖히기 전법은 순간 순발력과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기술이기에 전법을 구사하는데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때문에 좋은 몸 상태와 자신감 없이는 쉽사리 젖히기 전법을 구사하기 어렵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선수들은 젖히기 전법을 다른 선수들에게 보여주는 행위로 자신의 상승세를 이어가기도 한다. 성공한다면 얻는 대가는 엄청나다. 한순간에 올라간 인지도로 자리를 잡기가 쉬워지고 그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전법 운용과 타이밍을 잡기 용이해져 경주를 손쉽게 풀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하면 그 대가는 혹독하다. 젖히기를 사용하다 체력 소모가 심해져 후미 선수에게 역전을 허용하거나 타이밍을 느슨하게 관망하다 앞선 선수들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고 착외에 머무르면 고배당의 빌미를 제공하고 자신은 실격의 아픔까지도 맛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젖히기는 '양날의 검'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팬들이 기억하는 젖히기 명승부는 당연 연말에 열린 그랑프리 결승일 것이다. 이날 경기는 앞서 젖히기에 나선 정해민을 맞젖히기라는 초강수를 띄우며 역대 그랑프리 5승을 달성한 정종진의 승리였다. 팬들은 이날의 경기가 뇌리에 깊이 박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젖히기는 지켜보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면서 오랜 기억 속에 자리 잡게 하는 전법인 것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