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창원 LG 세이커스 스몰포워드 정인덕은 생소하다. 2016년 2라운드 6순위로 LG에 입단했다. 송도중-송도고-중앙대를 졸업했다. 기대를 모으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당시 현주엽 LG 감독의 엄격한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했다. 어린 나이, 프로의식이 2% 부족하기도 했다. 스스로 "철이 없었던 시기"라고 했다.
결국 2018년 스스로 은퇴를 택했다. 곧바로 군대에 들어갔다. 농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육군에서 생활을 했다.
농구에 대한 미련이 진하게 남았다. 돈을 벌어야 했다. 이것저것 아르바이트를 했다. 세상은 냉정했다. 정인덕은 "막상 밖에 나오니 너무 힘들었다. 세상은 상당히 냉정했다. 농구가 더 그리웠다"고 했다.
결국 다시 LG 농구단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난관이 많았다. 무명의 선수. 그것도 조기 은퇴한 선수다.
LG 조상현 감독은 '정인덕'이라는 이름조차 몰랐다. 연습생 신분으로 LG에 입단했다. 1달 간 팀 훈련을 통해 정식입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코칭스태프의 평가는 상당히 좋았다. 매일 새벽마다 슈팅 훈련에 매진했고, 수비에 대한 이해도도 훌륭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던 LG는 서민수의 부상과 이승우의 부진으로 윙맨 자원에 고민이 많았다. 팀 전체적 3점슛 기복도 걱정이었다.
조상현 감독은 정인덕을 과감하게 1군 엔트리에 등록시켰다. 이승우가 있었지만, 안정적 3점슛과 팀 디펜스 이해도에서 정인덕이 더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
기회가 오자 정인덕은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3&D 카드. 윤원상과 정인덕이 함께 코트에 나서면, LG의 활동력은 극대화된다.
8일 대구실내체육관에서 열린 LG와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는 승부처에서도 빛났다. 3점슛 4개를 포함, 14득점을 올렸다. 승부처 4쿼터에만 결정적 3점슛 3방을 꽂아넣었다. 취약한 윙맨 자원, 3점슛의 불안이라는 LG의 내재적 약점을 메워준 활약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는 "많이 어렸고, 철이 없던 시절이었다. 농구에 대한 미련이 강하게 남았고, LG에서 기회를 주셨다"며 "계속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이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아셈 마레이는 "정인덕은 좋은 선수다. 내가 더블팀이 오면 외곽으로 패스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핫존이 코너라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이날 마레이는 코너에 있는 정인덕에게 절묘한 패스, 3점포로 연결됐다.
LG는 정인덕이라는 히든 카드 한 장을 손에 쥐게 됐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G는 시즌 막판 더욱 탄력을 받으면서 2위 싸움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