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단독인터뷰①]'손흥민 걱정'이 쓸데없다는 '전설'레들리 킹 "쏘니가 돌아왔다!"

by

[런던(영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7일(현지시각) 이른 오전, 영국 북런던에 위치한 엔필드를 뒤덮은 안개를 뚫고 토트넘 홋스퍼 훈련센터인 '홋스퍼 웨이'를 찾았다. 잘 가꿔진 훈련장들의 잔디를 구경하는 사이 어느샌가 약속 장소인 퍼스트팀 리셉션에 도착했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이곳에서 '토트넘 레전드'이자 현 앰버서더인 레들리 킹과 마주 앉았다. 여전히 압도적인 피지컬로 성큼성큼 기자에게 다가온 킹이 꺼낸 첫 마디는 "주말에 좋은 결과가 나와 지금 기분이 너무 좋다"였다.

이틀 전 토트넘은 홈구장인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2라운드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킹은 "우리는 새로운 경기장에서 아직 맨시티에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다. 우리 선수들이 수비를 잘했다. 홈팬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 덕분에 맨시티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몸을 던져 맨시티 파상공세를 견뎌낸 선수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킹은 경기 결과도 결과지만, 이날 선제결승골을 넣으며 토트넘 구단 최다골(267골) 역사를 쓴 후배 해리 케인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눈치였다. 그는 "믿기지 않는다. 어린 선수가 아카데미를 거쳐 클럽에 오래 머물며 팬들의 영웅이 됐다. 높은 수준에서 그렇게 많은 골을 넣은 건 정말 대단하고 특별하다. 케인이 앨런 시어러, 웨인 루니와 같은 환상적인 선수들과 같은 범주에 있다는 건 실로 엄청나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아카데미에 있는 어린 친구들은 '언젠가 내가 케인의 기록을 깰거야!'라고 말할 것"이라며 씩 웃었다.

이날 경기에서 케인의 '영혼 파트너' 손흥민 역시 긍정적인 시그널을 남겼다. 선발출전해 교체될 때까지 84분간 팬들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할 특유의 '광속 드리블'을 수차례 선보였다. 안면마스크를 벗어던진 뒤 확실히 '폼'이 살아난 모습. 킹은 '손흥민(의 폼)이 돌아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민 없이 "그렇다"고 답한 걸 보면 그렇다. "쏘니는 팀을 위해 뛰는 선수다. 잘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나는 늘 최고의 선수들이 한동안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흥민 역시 약 석달 간의 힘겨운 시기를 딛고 다시 제 궤도에 올라올 타이밍이라는 설명.

손흥민도 맨시티전을 마치고 "이제 부상 걱정은 없다"며 몸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위치에서 슈팅이 나오는게 중요하다. 그런 상황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계속된 슈팅 연습으로 좋은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위치에서 찬스가 나오는건, 많지 않다. 크리니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킹은 경기장보단 훈련장에서의 손흥민에 더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쏘니는 잘 웃는다. 하지만 훈련 시간이 되면 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쏘니는 미니 게임을 할 때조차 이기고 싶어한다. 경쟁을 즐긴다. 만약 그가 (미니 게임에서)이기지 못하면 잠시 동안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한 시간, 두 시간 후, 또는 다음날 그는 다시 미소를 지을 것이고, 경기에 들어가면 다시 심각해질 거다. 선수라면 이렇게 집중력과 결단력이 있어야 한다. 최고의 선수들은 매 훈련, 매 경기마다 승패에 신경을 쓴다. 이런 것들이 지금의 쏘니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선을 홋스퍼 웨이에서 다시 맨시티전이 열리고 있는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으로 옮겼다. 킹은 "맨시티전에서 쏘니가 보여준 성과는 컸다. 팀으로썬 큰 플러스 요인이었다. 득점을 하지 못했더라도 팀을 위해 환상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게 중요하다. 쏘니가 팀을 위해 뛰면 우리팀은 승리한다"고 말했다. 킹은 손흥민을 토트넘의 경기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여겼다.

킹은 토트넘 유스를 거쳐 1999년부터 2012년까지 토트넘에서만 활약한 원클럽맨이다. 토트넘 시절 팀의 핵심 수비수로 활약하며 지금의 레전드 칭호를 얻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숱한 정상급 스트라이커를 상대해본 킹은 "수비수 입장에서 쏘니처럼 속도를 다루는 선수를 상대하는 건 매우, 매우, 매우 어렵다. 빠른 선수들은 대부분 외곽(측면)에 더 오래 머문다. 반면, 쏘니는 안과 밖을 넘나들고, 피치 중앙을 매우 빠르게 통과한다. 쏘니와 같은 플레이스타일을 지닌 선수는 많지 않다. 가레스 베일 정도가 떠오른다. 쏘니는 또한 다비드 지놀라처럼 투풋(양발)으로 편안하게 슛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지놀라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토트넘 에이스를 지낸 프랑스 출신 꽃미남 스타다.

손흥민은 2015년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 지금까지 컵포함 151골(382경기)을 넣었다. EPL에선 97골(252경기)을 넣어 100골 고지까지 단 3골만을 남겨뒀다. 2021~2022시즌 23골을 폭발하며 아시아 선수 최초 EPL 득점왕을 수상한 손흥민의 행보가 더욱 놀라운 건 어시스트 기록 때문이다. 손흥민은 97골을 넣으면서 동시에 49도움도 적립했다. 3골 1도움 추가시 '100골 50도움' 대기록을 달성한다. 1992년 출범해 31년 역사를 지닌 EPL에서 '100골 50도움'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18명뿐이다. 킹은 "스트라이커는 일반적으로 골에 집중한다. 그래서 때론 이기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손흥민과 케인은 득점을 하는 것만큼 어시스트를 하는 것도 좋아하는 이타적인 플레이어다. 손흥민이 지금처럼만 잘해준다면 더 많은 골과 어시스트가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영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