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리그 최고 외인투수였던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를 잃은 NC 다이노스.
FA 대거 이탈과 맞물려 새 외인 구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원투 펀치를 이룰 외인 투수 듀오를 최상급으로 맞추기 위해 시장에서 동분서주 했다. 보람이 있었다.
지난해 12월20일, 루친스키를 능가할 에이스 확보에 성공했다.
지난해까지 워싱턴 5선발로 활약하던 에릭 페디(30)를 총액 100만 달러를 꽉 채워 영입에 성공했다.
1m93, 92kg의 장신 우완 정통파 페디는 평균 149㎞, 최고 153㎞의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에 커터, 커브,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는 투수. 안정된 제구와 무브먼트, 다양한 구종을 바탕으로 땅볼 유도 능력이 탁월한 투수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유망주.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메이저리그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서 454⅓이닝을 소화하며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2019년 워싱턴의 월드 시리즈 우승 당시 팀의 5선발로 활약했고, 올해도 5선발로 활약한 현역 메이저리거다. 마이너리그 통산 89경기(선발 71경기) 390⅓이닝 23승 19패 평균자책점 3.69의 성적을 거뒀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한참 빅리거로 활약하던 강력한 투수가 KBO에 입성한 셈. 워낙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다 보니 국내 팀들 간 경쟁도 치열했다. 발 빠르게 움직여 페디의 마음을 사로잡은 NC가 지방구단 핸디캡을 극복하고 창원으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현역 빅리거임에도 처음 경험하는 KBO리그에 대한 존중도 있다.
페디는 NC 합류 전 "KBO만의 문화를 빨리 경험해 보고 싶다"며 "KBO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한국 문화와 공동체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열린 마인드로 다가서겠다는 뜻.
애리조나 투손 캠프에 합류한 그는 실제 새로운 팀 동료들 사이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첫 휴식일이던 지난 3일에는 빠르게 친해진 김시훈을 자신의 여자친구와 함께 한 점심식사 자리에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 덕분에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한국 말도 배웠다.
힘겨운 모습으로 러닝을 소화하던 페디를 본 김시훈이 영어로 "오케이"라고 묻자 페디는 능청스러운 한국어로 "아니, 안 괜찮아"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실력에 인성까지 갖춘 새 외국인 투수.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실제 그는 단 두 번째 피칭에서 80~90% 강도로 35구를 소화하며 최고 구속 150(149.8)㎞를 기록했다. 페디의 공을 받아준 46억 FA 포수 박세혁은 "페디 선수 공은 처음 받아봤는데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 타자들이 대응하기 힘들 것 같다"며 감탄을 했다. 이어 "변화구도 다양해 실전에서 로케이션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과연 페디가 테일러 와이드너와 함께 KBO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에이스 루친스키의 빈 자리를 확실하게 메워줄 수 있을까. 순조로운 출발 속에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올릴 가능성,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