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아쉬움이 꽤 컸던 모양이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최지만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이 불발된데 대해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지만은 6일(한국시각) KBO로부터 '피츠버그 구단이 팔꿈치 수술을 이유로 WBC 출전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은 직후 입장문을 발표했다.
최지만은 "소속팀 피츠버그가 WBC 조직위를 통해 최근 팔꿈치 수술 이력을 사유로 WBC 참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며 "국가대표로 뛰는 꿈을 꾸어온 저로서는 기대가 컸기 때문에 불가 결정에 따른 실망과 좌절감도 매우 크다"고 밝혔다.
최지만은 미국으로 건너간 2010년 이후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아본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 적응과 부상, 실력 미달 등의 이유였다.
그러나 KBO 기술위원회는 지난달 4일 WBC 대표팀 엔트리 30명을 발표하며 내야수 최지만을 포함했다. 지난해 11월 팔꿈치 수술을 받긴 했지만, 재활이 순조롭고 2월 중순부터는 실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지만은 지난해 113경기에서 타율 0.233, 11홈런, 52타점, OPS 0.729에 그쳤지만, 시즌 초반 강력한 방망이 솜씨를 과시하며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주전 1루수 자리를 지켰다. 무엇보다 본인의 참가 의지가 컸다.
최지만은 "팀이 우려하는 팔꿈치 수술은 했지만 미국으로 돌아와 정상적인 재활 과정을 잘 진행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라이브 배팅까지 진행할 만큼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대표팀 합류는 물론 도쿄에서 열리는1라운드 일정에 맞춰 몸 상태를 잘 끌어올리고 있었기에 제가 느끼는 실망감은 너무 크고 아프다"고 했다.
하지만 피츠버그 구단 입장에서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막 재활을 끝낸 최지만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탬파베이에서 4년 6개월을 몸담은 최지만은 지난해 11월 11일 피츠버그 마이너리그 투수 잭 하트만과 1대1로 트레이드돼 팀을 옮겼다.
구단은 최지만을 올시즌 주전 1루수 및 지명타자로 기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시즌 시작 전부터 무리하게 체력을 소모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지만이 '그저 그런 선수'라면 WBC 참가를 굳이 만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최지만은 구단'을 상대로 연봉조정심판을 앞두고 있는데, 본인은 540만달러, 구단은 465만달러(약 58억원)를 청구했다. 구단 제시액이 채택되더라도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만만한 몸값이 아니다.
최지만은 입장문에서 '실망', '좌절감', '아프다' 등 지극히 감성적인 단어를 써가며 자신의 심경을 드러냈다. 구단을 향해서도 이런 감정을 전했는 지 알 수 없으나, 그리 낙담할 필요가 있을까 한다. 태극마크가 평생의 꿈이라고 한다면, 본인의 말대로 건강하고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해 다음 기회를 잡으면 되는 일이다.
메이저리거 최지만에 지금 중요한 일은 피츠버그의 확실한 주전 자리를 따내는 일이다. 부상 우려와 체력 소모 등 WBC 참가가 정규시즌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그는 올시즌을 마치면 몸값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FA 자격을 처음으로 얻는다. 오는 5월 32세가 되는 최지만에게 국가대표가 그리 급한 일은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