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그야말로 '대역전 드라마'였다. 벼랑 끝에 몰렸던 한국 남자 테니스가 새 역사를 썼다. 2년 연속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파이널스(본선)'에 진출했다.
한국은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 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2023년 데이비스컵 본선 진출전(4단 1복식)에서 3경기(2단 1복식)를 연속 승리해 최종 매치 스코어 3대2로 리버스 스윕을 거두고 본선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4일은 '글루밍 데이'였다. 단식만 두 경기가 열렸는데 모두 패하고 말았다. '에이스' 권순우(당진시청·61위)가 지주 베리스(115위)에게 1대2(6-1, 4-6, 6-7<6-8>)로 역전패했다. 홍성찬(세종시청·237위)은 2017년 세계 랭킹 7위까지 올랐던 벨기에의 에이스 다비드 고팽(41위)에게 0대2(4-6, 2-6)로 졌다.
그나마 위안은 테니스의 뜨거운 열기였다. 이날 올림픽공원 실내테니스 경기장을 채운 1000여명의 구름관중들은 한국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환호했다.
벼랑 끝이었다. 2단식 1복식이 펼쳐질 5일 반드시 대반전이 필요했다. 다행히 첫 승리의 포문을 송민규(KDB산업은행·147위 이하 복식 랭킹)-남지성(세종시청·152위) 복식조가 열었다. 송민규-남지성 조는 벨기에의 요란 블리겐(53위)-잔더 질(55위) 조를 2대0(7-6<3>, 7-6<5>)으로 꺾었다. 두 세트 모두 타이 브레이크 초접전이었지만, 대표팀 '맏형' 송민규의 과감함과 남지성의 파워서브로 승리를 따냈다.
권순우도 '업셋(하위랭킹 선수가 상위랭킹 선수에 승리)'에 성공했다. 에이스들끼리 맞붙는다는 대회 규칙에 따라 권순우는 고팽을 상대해 2대1(3-6, 6-1, 6-3)로 역전승을 거뒀다. 2세트부터 세컨드 서브를 적극적으로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달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우승 원동력으로 꼽혔던 강서브도 살아났고, 3세트에는 드롭샷과 현란한 경기운영으로 베테랑 고팽의 심리를 자극하면서 승리를 챙겼다.
매치 스코어 2-2. 이제 바통은 홍성찬에게 넘어갔다. 홍성찬이 베리스를 꺾게 될 경우 한국 남자 테니스 역사가 바뀔 수 있었다. 한국은 1981년과 1987년, 2007년과 2022년, 총 네 차례 데이비스컵 파이널스에 출전한 바 있다. 연속 기록은 없었다.
'수비형' 홍성찬은 베리스를 잘 요리했다.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상대 실수를 유도했다. 1세트를 따낸 홍성찬은 2세트 타이 브레이크 접전에서 강력한 집중력을 발휘해 대역전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