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 때는 촉망받는 유망주 좌완 투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프로 유니폼을 벗게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3일 밤 강리호(개명전 강윤구)는 SNS 계정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했다. 미리 예고했던 방송이었다. 그의 거취가 궁금한 팬들은 물론이고, 동료 야구선수들까지 접속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강리호는 아직 남아있는 4명의 FA 미계약자 중 한명이다. 2월 4일 기준으로 계약을 하지 못한 FA 선수는 강리호 권희동 이명기 정찬헌이다. 이미 마지노선을 넘은지는 한참이다. 10개 구단 전부 해외로 출국해 스프링캠프 공식 일정을 시작했고, 이들은 여전히 계약을 하지 못했다.
미계약 선수들 중에서도 강리호의 상황이 가장 나은듯 보였다. 원 소속팀으로부터 제시조차 받지 못한 선수들에 비해, 강리호는 '연봉 동결'이라는 원 소속 구단 롯데 자이언츠의 제안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끝내 구단과 선수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결과였다. 강리호가 SNS를 통해 직접 자신의 심경을 밝힌 것은 답답함이 더 컸다. 그는 방송에서 여러 차례 롯데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면서, 가장 근본적인 야구 인생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공 빠른 투수들이 많은 롯데 내에서는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었고, 출장 기회도 적어 스스로 초라함을 느낀 시간이 많았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롯데와의 협상에서 쟁점이 된 보류권 논란에 대해서도 "1년 뒤 롯데를 떠나겠다는 말이 아니었다. 내가 잘하면 1년 뒤 팀이 더 좋은 조건으로 잡고, 못하면 안잡을거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강리호의 심경 고백에 그간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던 팬들까지 '입장을 이해는 한다'는 여론이다. '대어급'이 아닌 선수의 현실적인 고민이고, 그가 구단의 만류에도 FA를 선언하며 '모험'을 한 이유도 어느정도 설명이 됐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현실이다. 냉정하게 지금 강리호를 영입하려고 하는 타 구단은 없다. 강리호도 "1월까지 팀을 찾지 못하고 에이전트에게 '그만 해야 할 것 같다. 프로에 자리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야구를 그만둘 생각은 없고, 사회인 야구에서라도 선발로 뛰어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당장 은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롯데 잔류가 아닌, KBO리그 내 다른 선택지는 당장 잡지 못할 상황이다.
이미 대부분의 구단들이 새 시즌 구성을 마쳤고,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FA 미계약 선수들에게 예상 못한 출구가 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야구를 더 하고 싶다며 팬들에게 직접 심경 고백을 한 강리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선수 측에서 먼저 롯데의 조건을 수용하거나, 아니면 다른 길을 찾게 될 수 있다. 해외 리그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그의 야구 인생은 어디로 흘러갈까. 아직 33세의 젊은 나이. 중대 기로에 섰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